한국 투자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투자 침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미국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 서부 경제 중심지의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빌딩 숲.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한국 투자자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미국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미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임차한 로스앤젤레스 인근 창고를 사겠다고 나선 18곳 가운데 절반이 한국 투자자였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6억달러(약 6600억원)짜리 시애틀의 사무실 건물이 매물로 나오자 12곳이 매입 경쟁에 나섰는데 이 가운데 4곳이 한국 투자자였다. 한국 투자자들은 높은 입찰가를 써내면서 가격을 올렸고, 이 건물은 결국 한국 투자자 손에 넘어갔다.
뉴욕 소재 부동산 업체 뉴마크의 국제자본시장 책임자 앨릭스 포셰이는 “한국인들은 경쟁이 평소보다 덜한 지금을 절호의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코로나19로 주춤하는 사이 요지의 부동산 매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들은 퇴직연금 펀드나 보험 회사 등이다.
미국 상업 부동산 분석업체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의 집계를 보면, 지난 1~9월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매입 규모는 15억6천만달러(약 1조7천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이는 외국 투자자 가운데 캐나다와 독일에 이은 3위 규모다. 지난해 한국의 순위는 10위였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외국인 부동산 투자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지난해 3.7%에서 8.6%로 뛰었다.
유럽이나 미국 투자자들은 대도시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지만, 한국인들은 중소도시나 교외의 부동산도 적극 사들인다고 부동산 임대 업체 ‘메사 웨스트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 제프 프리드먼이 말했다. 이런 부동산들은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인들이 미국 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인 것은 무엇보다 낮은 금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에 따라 결정되는 환율 변동 대비(헤지) 비용이 2년전엔 부동산 가격의 2%였으나 최근엔 0.1%까지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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