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호지가 2010년 펴낸 자서전 ‘마라도나의 셔츠를 가진 남자’ 표지. 아마존 갈무리
지난 25일 숨진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이른바 ‘신의 손’ 득점 논란을 일으켰던 월드컵 경기에서 입었던 유니폼이 경매에 나왔다. 유니폼의 주인은 마라도나가 아닌 당시 경기에서 ‘백패스’로 마라도나 ‘신의 손’ 골의 빌미를 제공했던 전 영국 국가대표 수비수 스티브 호지였다.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와 경기 때 입었던 유니폼이 200만달러에 경매에 나왔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를 2대1로 이기고 4강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고 이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두 골을 모두 넣었다. 특히 첫 번째 골은 마라도나가 골키퍼와 경합 과정에서 손을 써서 골을 넣은 것으로 보여 이른바 ‘신의 손’ 논란이 크게 일었다. 마라도나는 4분 뒤 잉글랜드 수비수 6명을 드리블로 제친 뒤 골을 넣었는데, 역대 월드컵 최고의 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유니폼을 경매에 내놓은 이는 잉글랜드 전 국가대표 수비수 호지다. 호지는 마라도나가 ‘신의 손’ 골을 넣기 직전 자기 편 골문 부근에서 공을 뒤로 패스해, 마라도나가 골을 넣는데 일조했다.
호지는 이후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경기 뒤) 터널을 따라 내려가는데 마라도나가 반대 편에서 걸어왔다. 나는 유니폼을 벗었고 우리는 거기서 유니폼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유니폼은 영국 맨체스터 국립 축구박물관에 임시로 전시되고 있다.
1980~1990년대 아스톤 빌라와 토트넘 홋스퍼 등에서 활약한 호지는 영국 성인 국가대표로도 24경기에 출전한 유능한 수비수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마라도나에게 ‘신의 손’ 골의 빌미를 준 선수로 기억된다. 그는 피파와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마라도나가 어디 있는지 몰랐고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의 눈으로 보면 미친 짓이지만, 당시에는 매 게임 그런 패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호지는 2010년 본인 자서전의 제목을 ‘마라도나의 셔츠를 가진 남자’라는 제목으로 펴내기도 했다.
미국 경매회사 골딘 옥션은 이 유니폼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소장자가 200만 달러로 팔기를 원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은 마라도나의 주치의를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 등은 이날 오전 경찰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마라도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의 집과 진료실을 압수 수색했다. 수사 당국은 마라도나의 심장마비 사망에 의료 과실이 있는지 보기 위해 의료 기록과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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