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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인간 세포 배양 스테이크’ 전시로 ‘실험실 고기’ 문제를 도발하다

등록 2020-12-09 16:39수정 2020-12-10 02:42

미국의 과학자·디자이너·예술가, 도발적인 전시물 내놔
“세포 농축업계, 소 혈청 이용하는 등 동물 학대” 비판
세포 배양 육류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해 인간 세포 배양을 통해 제작된 전시품 ‘우로보로스 스테이크’.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자료
세포 배양 육류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해 인간 세포 배양을 통해 제작된 전시품 ‘우로보로스 스테이크’.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자료

미국의 과학자와 디자이너, 예술가가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의 지속 가능성과 생명윤리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만든 ‘인간 세포 배양 스테이크’ 전시품이 관심과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미술 전공 교수이자 예술가인 오컨 텔핸, 캐나다 오타와대학 물리학과 교수 앤드루 펠링, 산업 디자이너 그레이스 나이트의 작품인 ‘우로보로스 스테이크’가 필라델피아에 이어 영국 런던에서 전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이들이 만든 스테이크는 사람의 몸에서 채취한 세포와 폐기되는 혈액, 배양용 세균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의 이름에 영원함을 뜻하는 고대 서양의 상징물인 우로보로스(뱀이나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를 붙인 것은 인간의 ‘영원한 육류 자급자족’도 가능하지 않냐고 넌지시 제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시품에 대한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인육을 먹으라는 것이냐”는 반감이다. 이에 대해 제작자들은 기술적으로만 보면 인육을 먹는 게 아니라고 답했다. 펠링 교수는 “우리의 작업은 심각한 문제에 부조리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친화적인 육류 공급과 소비의 한계라는 심각한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도발적인 전시물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작품 제작자들은 ‘세포 농축업계’가 제시하는 육류 배양 방식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업체들은 자신들의 방식이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제조 과정에서 소의 태아 혈청(FBS)을 세포 배양 촉진제로 많이 쓴다. 1리터에 40만~100만원의 비싼 값에 팔리는 이 혈청은 새끼를 밴 소를 도축한 뒤 송아지 태아에서 추출한다.

펠링 교수는 디자인 잡지 <디진>과 인터뷰에서 “이 혈청은 값도 비싸고 동물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실험실 배양 육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 이 산업의 거품 밑바닥에 깔린 한계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세포 축산업이 기존의 축산업보다는 환경 오염이 덜한 것은 맞지만, 소의 혈청에 계속 의존할 경우 소를 사육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는 비슷하게 유발한다. 이런 문제는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세포 배양 축산물은 이스라엘의 식품기술 업체 ‘알레프 팜스’가 2018년 실험실에서 배양한 쇠고기를 선보인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고, 빠르게 시장이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 데이타 포캐스트’에 따르면, 아직은 본격 상품화가 되지 않고 있는 세포 배양 육류의 시장 규모는 2025년 5억7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드는 육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해산물 등 다양하며 소비자에게는 버거, 소시지, 너겟, 미트볼 등의 형태로 제공될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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