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가 “6주 안에 미국에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최선두였던 아스트라제네카는 개발 과정에서 미국의 신뢰를 잃어 개발 속도가 늦춰졌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각) 컨퍼런스콜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6주 내 미국에서 백신 승인을 위한 서류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연내 승인을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내년 1월 말께 서류를 제출하고, 다른 국가에서는 이달 안에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미국 규제 당국에 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미국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의 필요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 미국 당국이 미국 내 임상시험 결과를 요구한다면 사실상 승인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는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고, 중간 결과도 내놓아 국제의학학술지의 검증 등을 받은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과 관련해 미국 보건 당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견된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됐으나 이런 사실을 늑장 보고해 미 보건 당국의 불신을 샀다. 이로 인해 미국 임상시험이 수 주 동안 늦춰졌고, 아직도 미국 내 임상시험에서 필요 인원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미국이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자국 제약사를 보호하기 위해, 싸고 안전한 방식의 백신을 개발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인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책임자 애드리안 힐 교수는 지난 9일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 식품의약국이 임상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면 내년 중반 이후에나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 백신의 가치를 살리기에는 너무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Ⅴ와 결합 접종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1일 성명을 내어 “서로 다른 백신의 조합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달 말부터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와 공동 연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두 백신은 모두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서로 다른 코로나19 백신을 결합하는 것은 백신의 효과성과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면역을 더 길게 유지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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