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을 알리다 한국에서 추방된 미국인 고(故) 조지 오글 목사의 딸 케시 오글(가운데)이 16일(현지시각)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이수혁 대사(오른쪽)로부터 국민포장을 대리 수훈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미대사관 제공
박정희 독재정권의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을 폭로하는 등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원한 공로로 올해 ‘민주주의 발전 유공’ 포상자로 선정된 고(故) 조지 오글 목사가 국민포장을 받았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16일(현지시각)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사관에서 오글 목사의 딸인 케시 오글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오글 목사가 지난 11월15일 콜로라도주에서 91살 일기로 눈을 감아, 딸이 대리 수훈한 것이다.
케시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용감한 투쟁의 역사에 우리 가족이 한 부분이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은 우리의 마음이고, 영혼이자, 뼈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이 대사는 “우리 정부가 뒤늦게나마 오글 목사의 공적을 평가하고 국민포장을 통해 예우를 갖추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29년 태어난 오글 목사는 1954년 선교사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뒤 귀국했다가 다시 1961년부터 인천을 근거지로 해 서울, 부산, 대전, 영월 등지에서 산업선교 활동을 폈다. 1974년 10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위해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목요기도회에서 이 사건이 조작된 사실을 알리고 기도해, 이튿날 중앙정보부에 붙잡혀가 심문당했다. 이후 <뉴욕 타임스>에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고 제보해 반향을 일으켰으나, 같은 해 12월 강제 추방 당했다. 그 후에도 그는 미 의회 청문회 증언과 강연 등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 실태를 알렸다.
정부는 지난 6월 오글 목사를 국민포장 수훈자로 발표했으나, 병환 중이던 오글 목사는 이를 직접 받지 못하다가 11월 세상을 떴다. 국민포장은 상훈법 제21조에 따라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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