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21일(현지시각) 워싱턴의 법무부 청사에서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기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대선 사기 의혹을 조사할 특별검사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아들 헌터의 세금 의혹 등을 조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 두 가지 다 필요 없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은 임기 4주 동안 어떤 일을 벌일지 관료들 사이에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시엔엔>(CNN)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소수의 측근들에 둘러싸여 대선 결과 뒤집기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단체인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USA)’의 창립자 찰리 커크와 통화에서 “우리는 이 선거를 압승했다”고 하는 등 선거 사기 주장을 이어갔다.
<시엔엔>은 대선 불복 소송을 이끌고 있는 루디 줄리아니를 비롯해, 대선 사기 음모론자 변호사 시드니 파월,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 무역 매파 피터 나바로 등이 최근 백악관 방문이나 전화통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결과 뒤집기를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한 관리는 “이게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트럼프 대통령)는 아직 한 달 동안은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파월은 대선에 사용된 도미니언투표시스템의 투표기에 베네수엘라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돼 선거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펴서 트럼프 법률팀에서도 배제됐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 회의에서 파월을 선거 사기를 수사할 특별검사로 기용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린은 지난 17일 보수매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거를 치르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선거 사기를 수사할 특검은 물론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아들 헌터의 세금 의혹을 수사할 특검을 임명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충성파들과 대면이나 전화로 어울리고 나면 선거 사기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한 관리는 “무섭다”고 했다. 대선 뒤집기 시나리오 중에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해 1월6일 연방의회에서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해 장시간의 토론을 끌고 가는 것이 포함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인 1월20일 백악관에서 제 발로 걸어나가지 않겠다는 말도 측근들에게 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선거 사기 주장에 선을 긋는 등의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난 뒤 23일 퇴임하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21일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기소와 관련한 회견에서, 선거 사기 주장과 관련해 “이 시점에 특검이 올바른 수단이고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 임명할텐데, 그러지 않았고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터에 대한 특검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특검을 임명할 이유를 못 봤고, 떠나기 전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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