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식품 생산과 소비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2050년까지 전세계에서 동물 서식지가 6% 가까이 줄면서 1만7400여종의 동물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농민들이 농지 개간을 위해 불을 질러 숲이 불타고 있다. 퀼루/EPA 연합뉴스
인류가 식품 생산과 소비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2050년까지 전세계 동물 서식지의 6%가 농지로 개발되면서 지구상 척추동물의 88%가 서식지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리즈대학 지속성연구소의 데이비드 윌리엄스 박사, 옥스퍼드대학 인구보건학과 마이클 클라크 박사 등 영국 학자들은 21일 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실은 논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농업 확장에 따른 서식지 손실 방지를 위한 주도적 보전 방안’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의 전세계 농지 변화와 미래 변화 예측 모형을 결합해 동물 서식지 변화를 분석했다.
논문은 현재의 식품 생산과 소비를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2010년보다 335만㎢의 농지가 더 필요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0년 전세계 농지의 26%에 이르는 규모다. 농지 개간이 가장 활발할 지역으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중남미가 꼽혔다.
이런 추세의 농지 개발은 동물 서식지를 6%까지 줄여 지구상 척추동물의 88%인 1만7409종을 위험에 빠뜨리고, 이 가운데 1280종은 서식지를 25% 이상 잃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 중 980종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지 않아 농지 개간이 멸종위기종을 크게 늘릴 것으로 우려된다.
동물들의 서식지가 가장 많이 줄 지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나타났다. 논문은 “이 지역에서 동물들이 기존 서식지의 14%를 인간의 농지 개발 때문에 빼앗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적도 근처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동물 서식지가 20%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됐다. 또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포유류의 서식지가 18%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남미 브라질의 대서양변, 아르헨티나 동부, 중앙아메리카도 동물 서식지가 위협받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혔다.
나라별로는 브라질·파라과이·니카라과 등 중남미 8개국, 인도·네팔·파키스탄 등 아시아 3개국, 가나·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44개국에서 적어도 25종의 동물이 서식지를 25% 이상 인간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논문은 지적했다.
저자 중 한명인 윌리엄스 박사는 “전세계 야생동물을 살리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을 바꾸고 식품 생산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논문 저자들은 버려지는 음식 줄이기, 농업 생산성 향상, 국제 공조를 통한 땅 사용 관리 등도 대책으로 제시했다. 농지로 쓰다가 방치한 땅을 다시 동물들의 서식지로 바꾸는 시도도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저자인 클라크 박사는 “어느 한가지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국제 공조를 통해 빠르게 행동한다면 동물들의 서식지를 더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류에게 건강한 음식을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