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영국 남동부 켄트주 램스게이트의 맨스턴 공항 활주로에 화물 트럭 수백여대가 주차해 있다. 애초 ‘노딜 브렉시트’를 대비한 비상계획으로 영국서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차의 활주로 주차가 준비됐는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프랑스가 국경을 닫으면서 비상계획이 일찍 실행됐다. 램스게이트/AFP 연합뉴스
프랑스가 영국에서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두 나라간 통행을 막은 지 이틀만에 영국에서 생필품 구매 제한 조처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달걀, 비누, 휴지 등 일부 품목에 대한 1인당 구매량을 세 꾸러미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2일(현지시각) 전했다. 테스코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이 조처는 모든 고객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재고는 충분하니 평상시처럼 구매하면 된다”고 밝혔다.
테스코의 이런 조처는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지난 20일부터 영국에 대해 단행한 여행 금지의 여파로 보인다. 현재 영국과 유럽 대륙간 화물차 통행의 90%를 담당하는 켄트주 도버 항구 주변에는 약 3000대의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화물차들은 주로 도버해협 밑 터널을 통해 유럽 대륙을 오간다.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와 세인스버리는 앞서 지난 21일 영국과 유럽 대륙간 화물 유통의 대안을 찾지 못하면, 신선 식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유통업체들은 토마토, 양배추, 귤 등 몇몇 농산물의 경우 겨울철에는 유럽에서 주로 조달하고 있다.
유통업계 단체인 ‘영국 소매업 컨소시엄’의 식품 관련 책임자 앤드루 오피는 “도버를 통한 화물 통행을 재개하는 것 외에 겨울철 신선식품 공급망의 대안이 없다고 정부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영국과 유럽간 물류 대란이 심화하자, 프랑스는 23일부터 최근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에 한해 두 나라간 이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동이 허용되는 사람은 화물차 운전자를 포함해 긴급한 사유로 여행을 해야 하는 이들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국립건강서비스’(NHS)의 의료진과 군인을 동원해 30분만에 결과가 나오는 신속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혼란이 확산되면서, 내년 1월1일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 완료 시한을 늦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23일 오전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탈퇴 완료 시한을 내년 1월1일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51%로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33%)을 크게 앞섰다. 유고브는 12월 초순의 같은 조사에 비해 시한 연장 찬성이 7%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