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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국전쟁 계기로 전향한 ‘전설의 이중스파이’ 조지 블레이크 사망

등록 2020-12-27 14:55수정 2020-12-28 02:32

영국 MI6 요원으로 옛소련에 정보 제공
체포 뒤 영국감옥 수감 도중 탈옥해 소련행
“6·25 전쟁 때 미군 무차별 폭격보고 전향”
“나는 어디에 속한 적이 없다” 배반설 일축
영국과 옛소련의 이중 스파이였던 조지 블레이크가 2001년 6월2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영국과 옛소련의 이중 스파이였던 조지 블레이크가 2001년 6월2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냉전시대의 전설적 이중 스파이 조지 블레이크가 25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9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950년대 영국 대외정보기관 MI6의 요원으로서 옛 소련(이하 소련)에 기밀 정보를 넘겨줬던 블레이크가 이날 사망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별한 용기로서 인고의 세월을 겪은 뛰어난 전문가”라고 애도했고, 러시아 대외정보국(FIS)은 이날 “블레이크는 우리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기렸다.

블레이크는 1950년대 영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일하면서 9년간 소련에 기밀정보를 전달하다가 체포돼, 42년 형을 선고받았다. 1960년부터 영국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1966년 영화처럼 탈옥해 소련으로 도망가는 또 하나의 전설을 남겼다.

그는 1922년 네덜란드에서 셰파르디(스페인계 유대인)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18살의 나이로 나치 독일에 맞서는 레지스탕스 운동의 연락책으로 일하다가 3개월간 복역했다. 영국으로 도망간 그는 정보기관 암호 요원으로 활약했다. 전쟁 뒤에는 베를린에서 대소련 첩보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영국에서 러시아어를 배우는 등 본격적인 ‘소련통’으로 활약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 전쟁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한국에 파견된 그는 1·4후퇴 때 서울에서 나오지 못하고 체포됐다. 이 때 그가 세뇌됐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는 “당시 미군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나중에 밝힌 바 있다. 수감중 소련대사관이 보내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보고서, 자발적으로 전향해 소련을 위해 일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는 1953년 귀국 때부터 체포될 때까지 500여명의 서방 스파이들을 소련에 노출시키고, 그 중 42명의 목숨을 잃게 하는 정보를 누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폴란드 비밀요원이 서방으로 망명한 뒤 “영국 정보기관 내에 이중스파이가 있다”고 제보해 블레이크의 이중스파이 행각은 끝이 났다.

그는 당시 기준으로 14년 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종신형 다음인 42년형을 받았다.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의 탈옥을 돕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는 1966년 반핵 활동가 2명과 동료 재소자의 도움으로 탈옥했다. 그는 여러 집에 숨어지내다 동독으로 밀항에 성공한 뒤 소련으로 망명했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고, 강고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서 생을 마쳤다. 그는 ‘배신자’라는 비난에 대해 “배반하려면 먼저 어디에 속해야 하는데, 나는 결코 어디에 속한 적이 없다”며, 조국없이 떠돈 유대인으로서 신산한 삶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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