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미·영은 ‘백신쪼개기’, 유럽은 ‘늑장확보’ 논란

등록 2021-01-04 13:23수정 2021-01-05 02:46

아스트로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아스트로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이 코로나19 백신 1개를 절반씩 접종하거나 2차례 맞아야 하는 백신의 접종 간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신 접종자 수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인데, 의학계에서는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백신을 조기에 확보할 기회를 놓쳐 대량의 사망자 발생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_______
미국은 ‘절반씩 접종’, 영국은 ‘접종 간격 확대’ 추진

미국의 백신 개발·보급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의 최고책임자 몬세프 슬라위는 3일(현지시각) <시비에스>(CBS) 방송에 출연해 모더나 백신 1개를 절반씩 나눠 접종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만명으로 연일 최고치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자 수를 최대한 빠르게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슬라위는 18∼55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모더나의 임상 시험에서 5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백신을 2회 접종한 사람과 100㎍ 백신을 2회 접종한 사람이 같은 면역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모더나와 함께 ‘절반씩 접종’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실제 시행할지는 식품의약국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도 코로나19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12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이 승인한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각각 3, 4주 간격을 두고 2차례 맞아야 하는데, 되도록 많은 사람이 1회차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간격을 12주까지 늘리도록 한 것이다. 영국 당국은 1차 접종만 받아도 단기적인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하루 확진자 수가 6만여명에 육박하는 등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과학계는 두 방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플로리다 대학의 생물통계학자 나탈리 딘은 “‘절반씩 접종’이 접종 간격 확대보다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방법인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흐릿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넬대의 백신 전문가 존 무어 교수는 백신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접종하는 방법은 모든 백신에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며 “(절반씩 접종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간격 확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화이자는 최근 성명을 통해 “화이자 백신의 임상 3상은 21일 간격으로 투여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첫 번째 접종 후 21일이 넘어가도 바이러스 방어가 유지될 것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학협회(BMA)도 성명을 내어 접종 간격을 늘리는 것은 노령 기저질환자 등 두 번째 접종을 앞둔 이들에게 부당한 조처이며, 물리적으로도 접종 간격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대안이 없는 다급한 상황임을 전제로 1·2차종 때 서로 다른 백신을 투여해도 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존 무어 교수는 “이런 구상을 입증해 줄 데이터가 없다”며 영국 관리들이 “과학을 버리고 이 혼란에서 빠져나올 길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미국과 영국의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있는 큰 이유가 인프라 부족 때문인 것을 감안하면, 백신 쪼개기나 접종 간격 확대는 ‘잘못된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접종을 위해서는 의료 인력과 초과근무수당 예산 등을 확보해야 하고, 섭씨 영하 70도로 화이자 백신을 보관할 특수 용기 등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이다.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_______
“유럽연합, 소극적 태도 탓 독일 백신 확보 늦었다”

지난달 22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승인하고 현재 접종 중인 유럽연합(EU)에서는 한국과 비슷하게 백신의 조기 확보에 실패해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과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등은 이날 미국과 영국 등에 비해 유럽연합이 백신 확보에 늦게 뛰어들면서, 유럽이 지난해 11월에야 화이자 백신 3억회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3억회분은 유럽연합 27개국이 나눠야 해, 독일 등 각국은 1300만 회분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1인당 2차례씩 총 65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7월 구매 옵션 5억 회분을 포함해 화이자 백신 6억 회분을 확보했다.

독일 기독사회당 소속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는 유럽연합위원회가 백신 조달을 망쳤다며 “아주 좋은 백신이 독일 (바이오엔테크)에서 개발됐지만 다른 곳에서 더 빨리 접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등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을 더 빨리, 더 많이 구매해 접종에 나서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개발한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도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유럽은 백신 확보에 있어 다른 나라처럼 빠르고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럽연합이 독립적이지 않고, 각국이 공동결정을 해야 하므로 협상 상황에서는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