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도 뉴델리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의 팔에 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델리/신화 연합뉴스
인도가 자국 제약사가 생산하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수출을 당분간 금지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제 백신 공동구매·분배 조직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주요 구매 대상이고 인도는 그 주요 생산지다. 특히 한국은 올 1분기부터 코백스로부터 1천만명 분 백신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인도의 백신 수출 금지 조처가 국제 백신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의 백신 생산업체 세룸인스티튜트(SII)의 최고 경영자(CEO) 아다르 푸나왈라는 4일 <힌두스탄 타임스> 인터뷰에서 ‘수출 제한은 코백스에 백신을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부가 제한을 완화한 뒤에야 코백스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며 “이것은 영원하지 않고, 두달 뒤에는 (수출 제한이 풀려)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때까지, 잠시 동안만이다”라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가 세룸인스티튜트가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다음 달까지 금지해, 국제 조직인 코백스에 백신을 제공하는 것은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룸인스티튜트는 코백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억회 분, 노바백스 1억회 분, 구매 옵션 9억회 분을 계약했다고 지난해 말 밝혔다.
푸나왈라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 백신은 인도의 취약층을 위해 수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도 당국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민간 시장 판매도 금지돼 있다”며 코백스에 백신을 공급하는 것은 3, 4월에나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힌두스탄 타임스> 인터뷰보다 공급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에이피>는 선진국들이 백신을 비축한 상황에서 이 회사가 인도에 우선 백신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을 몇 달 지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코백스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사노피 등 3곳의 백신을 제안받았다며 올 1분기부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사노피는 백신 개발에 문제가 생겨 올해 말께로 백신 개발 일정이 늦춰졌고, 화이자는 지난해 말까지 코백스와 구체적인 공급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 정부가 코백스로부터 받을 가능성이 큰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데, 그 주요 공급처인 인도 세룸인스티튜트가 적어도 2~3월까지는 자국내 공급에 집중할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이 코백스로부터 올 1분기에 공급받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이 상당히 제한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코백스 백신 도입 시기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1분기에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에 대해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