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살이 된 영국 어린이 에밀렌이 4일 런던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보리스 존슨 총리의 3차 봉쇄 발표를 듣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우리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 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집에 있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5만명대를 넘고 있는 영국이 결국 4일 봉쇄를 단행했다. 지난해 3월 1차 봉쇄, 11월 2차 봉쇄에 이어 세 번째다. 1, 2차 봉쇄가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에 따른 것이라면, 이번 봉쇄는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더해져 훨씬 심각한 상황 속에 이뤄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밤 런던 다우닝10번가 집무실에서 진행된 대국민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코로나 경보 체제를 5단계인 ‘레드’로 높이고, 3차 봉쇄 조처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변이가 등장했고, 그 확산세가 당황스럽고 두려울 정도”라며 앞으로 몇 주 동안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오미터 통계를 보면, 전체 인구가 약 6820만명인 영국에서 4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8784명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째 매일 5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는 271만명, 사망자는 7만5천여명이다.
이번 3차 봉쇄에 따라, 잉글랜드 지역의 모든 시민은 식료품이나 의약품 구입, 운동 등을 제외하고는 집 안에 머물거나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앞서 1·2차 봉쇄 때 가정폭력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점을 고려해 가정폭력 때도 집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급 학교와 대학은 다음달 중간 방학까지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고, 식당은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지난해 설립된 ‘합동 바이오안보 센터’도 경보 체제를 5단계로 올렸다. 5단계는 ‘보건서비스의 수용 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이전까지는 코로나19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4단계였다.
잉글랜드에 앞서 북아일랜드와 웨일스는 이미 봉쇄조처를 도입했고, 스코틀랜드도 이날 밤부터 외부 출입을 제한하는 엄격한 봉쇄에 다시 돌입하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해 9월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코로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영국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남부에서 이미 지배적인 바이러스가 됐고, 영국 전역으로 이런 추세가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은 높지 않지만 전파력은 50~7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백신 접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2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승인한 뒤 접종을 시작했고, 4일부터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세계 최초 접종에 들어갔다. 또 백신 공급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3~4주 간격으로 맞아야 하는 백신 접종 간격을 12주로 늘리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가장 어려운 시기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며 가장 취약한 이들이 다음달 중순까지 백신을 우선 접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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