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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잔혹사…미혼모 자녀 ‘학대’ 역사 드러나

등록 2021-01-13 12:48수정 2021-01-14 02:34

18개 보호소 공식 조사 결과, 영아 사망률 15% 달해
한 보호소 터의 아동 매장 드러난 뒤 5년여 조사
아일랜드에서 1922년부터 1998년까지 운영된 미혼모 보호소에서 태어나거나 살던 신생아 사망률이 15%에 달했다는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보호소 실태 조사를 촉발한 계기가 된 골웨이주 튜엄의 미혼모 보호소 터. 2014년 이 터에서 사람 매장 흔적이 발견되면서, 보호소 조사를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다. 튜엄/EPA 연합뉴스
아일랜드에서 1922년부터 1998년까지 운영된 미혼모 보호소에서 태어나거나 살던 신생아 사망률이 15%에 달했다는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보호소 실태 조사를 촉발한 계기가 된 골웨이주 튜엄의 미혼모 보호소 터. 2014년 이 터에서 사람 매장 흔적이 발견되면서, 보호소 조사를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다. 튜엄/EPA 연합뉴스

아일랜드에서 1922년부터 1998년까지 운영된 미혼모 보호소에서 태어나거나 머물던 신생아의 사망률이 15%에 달했다는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혼외 임신을 한 여성에 대한 혐오와 그들이 낳은 아이들에 대한 냉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일랜드의 ‘미혼모와 아동 보호소 조사위원회’는 12일 발표한 공식 보고서에서 이 기간 동안 공공기관이나 종교단체에서 운영한 18개 보호소에 수용됐던 영아 5만7천명 가운데 9천명이 만 한살 전에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보호소의 영아 사망률이 약 15%로 나타났다”며 “높은 사망률은 보호시설들의 가장 우려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960년대 이전에는 보호소들이 이른바 ‘사생아’의 생명을 구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아일랜드의 평균 영아 사망률은 1960년 3%, 1990년 0.8%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76년 동안 18개 보호소에 수용된 미혼모는 5만6천명이었으며,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보호소 입소 미혼모가 2만5천여명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임신을 하면, 아이의 아버지와 여성의 가족, 지역사회의 냉대로 삶이 망가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혼모 보호소에 대한 공식 조사는 2014년 골웨이주 튜엄의 한 보호소 터에서 사람 매장 흔적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앞서 2013년 지역 역사 연구자 캐서린 콜레스는 이 보호소에 있던 아동 796명의 사망진단서를 찾았으나, 매장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망 원인은 주로 영양실조나 홍역·결핵과 같은 감염병이었다.

미할 마틴 총리는 이 보고서가 “아일랜드 역사의 어둡고 힘들며 수치스러운 한때를 보여준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여성과 아이들을 극도로 부당하게 대우했다”고 말했다. 마틴 총리는 13일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일랜드 가톨릭을 이끄는 에이먼 마틴 대주교도 교회가 “사람을 낙인찍고 평가하고 배척하는” 문화의 한 부분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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