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각) 중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인내를 갖고 새로운 접근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강력하게 맞섰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되, 동맹들과 통합 전선을 통한 압박이라는 변화된 접근법을 취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보스 어젠다 회의에서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이 무역·기술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입장에 변화를 주거나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지난 수개월처럼 유지된다”고 대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21세기를 규정하는 특징”이라며 “중국은 미국 노동자들에 피해를 주고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둔화시키며 국제 기구들에서 우리의 동맹들과 우리의 영향력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우리가 본 것은 중국이 국내에서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되고, 외국에서는 더욱 주장이 강해졌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지금 우리의 안보, 번영, 가치에서 미국의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하는 중대한 방식들로 도전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갖고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5일 화상으로 진행한 다보스 어젠다 회의 연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 대결이 아닌 상호존중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경고라고 중국 매체들은 분석했다.
사키 대변인은 새로운 대중국 접근법과 관련해 “우리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하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논의하기 위해 의회에서 공화당, 민주당과 더 관여하고 싶고, 더욱 중요하게는 우리의 동맹들과 논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거듭 “(시 주석의) 발언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며 “이 순간은 전략적이고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핵포기를 압박하며 사실상 방치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일컫는 표현이기도 하다. 사키 대변인이 중국과 관련해 언급한 전략적 인내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대결을 중대하고 장기적이고 문제로 보고 동맹들과 다방면에서 연합 전선을 구축해나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코로나19 대응, 이민, 기후변화 등 트럼프 시절의 주요 정책을 대부분 뒤집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 견제 필요성에 대한 미국 내 초당적 공감대에 바탕한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 주요 인사들은 아시아나 유럽의 동맹을 소외시켜가며 대중 압박을 폈던 트럼프 정부의 방식은 바꾸겠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해 3월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미국은 중국에 강경해질 필요가 있다”며 “동료 민주주의 국가와 함께 결합하면 우리의 힘은 배 이상 늘어난다”고 동맹과의 통합 전선을 통한 대중국 압박을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접근을 택한 것은 옳았다”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을 소외시켰고, 인권 문제를 전면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등 잘못된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내정 직전인 지난 12일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영국이 제안한 ‘D10’(민주주의 10개국) 등 동맹들과의 광범위한 연합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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