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가 운영하는 북해 해상의 요한스베르드루프 유전. 노르웨이 석유 기금을 운용하는 국부펀드가 투자 기업에 대해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요한스베르드루프/로이터 연합뉴스
전세계에 1조3천억달러(약 1400조원)를 투자하면서 9200개 기업에 지분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책임 투자’의 의제를 심화·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르웨이의 석유 기금을 운용하는 ‘정부 연금펀드 글로벌’은 15일 투자 대상 기업들에 대해 여성 이사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도록 요구하는 투자 방침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펀드는 여성 이사 비율이 30%에 못 미치는 기업에 대해 여성 이사 확대 목표를 설정하고 진전 상황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현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세계 상장 기업의 1.5%에 이르는 9202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 대상 국가도 74개국에 이르는 등 규모 면에서 세계 주요 펀드의 하나다.
국부펀드는 이날 공개한 ‘기업 이사회의 다양성 관련 투자 방침’에서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는 의사 결정 수준을 높임으로써 전반적인 효율성에도 기여한다”며 “다양성과 관련해 우리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여성 비율이 낮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주요 7개국(G7) 기업의 평균 여성 이사 비율도 26%에 그친다고 펀드는 설명했다.
니콜라이 탕엔 최고경영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성 확대 요구를) 점잖게 표현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고 말했다. 펀드의 책임 투자 담당 임원 카리네 스미스 이헤나코는 “전세계 기업의 17%는 단 한명의 여성 이사도 두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중견·대기업 등에 대해서부터 (여성 이사 확대 요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관 투자자들도 기업들에 대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요구하지만, 보통은 여성 임원의 비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아동 권리 보호, 기후 변화 대응, 반부패 등의 가치를 내세우며 기업의 주총에서 이를 관철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후 변화나 환경 문제는 최근 유럽계 투자기관 등이 특히 적극 개입하는 문제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7개 투자기관은 지난해 6월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파괴를 비판하며 투자자금 회수 압박을 넣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의 비엔피(BNP) 파리바, 스위스의 크레디스위스 등의 은행들이 아마존을 파괴하는 에콰도르산 원유 무역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을 약속했다. 비엔피 파리바는 또 아마존 숲을 파괴해서 만든 농경지에서 육류와 콩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15일 발표했다.
서양 금융기관들의 이런 움직임을 고려할 때,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여성 임원 문제 제기는 책임 투자의 주요 의제를 더 넓히고 다른 기관들로 확산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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