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이 ‘자라’를 운영하는 스페인 인디텍스를 제치고 세계 의류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17일 <니혼게이자이> 등 보도를 보면,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된 패스트리테일링 주가는 전날 3.06%(3040엔) 오른 10만2500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패스트디테일링 주가가 10만엔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패스트리테일링 시총은 10조8725억엔, 한국 돈 약 114조원에 이른다. 이는 유럽 증시에 상장된 인디텍스의 시총 817억 유로를 앞선 것이다. 이를 일본 엔화로 환산하면 10조4600억엔, 한국 돈 약 109조원이다.
두 회사의 희비는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엇갈렸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주력인 유니클로의 경우 주력 사업 부문과 주력 사업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덜 봤지만, 자라가 주력인 인디텍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력 사업 부문과 지역에서 큰 피해를 봤다.
유니클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유니클로의 강점으로 꼽히는 평상복 수요가 증가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주가는 지난해 3월 4만엔 대에서 현재 두 배 이상 늘어난 10만엔 대로 급등했다. 반면 외출복 등이 중심인 자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았고, 인디텍스 주가는 지난해 2월 30유로대에서 현재 20유로대로 20% 정도 하락했다.
출점 지역의 차이도 큰 역할을 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주력인 유니클로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2298개 점포의 대부분이 일본(815곳)·중국(791곳) 등 코로나19 피해가 덜한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코로나 피해가 큰 유럽과 북미에는 각각 100곳, 62곳에 불과하다. 반면 자라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상당 부분 마비된 유럽과 미주 지역에 전체 매장의 70%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매출 면에선 인디텍스가 앞선다. 인디텍스는 올 1월 기준 전년도 매출이 282억유로(약 3조5000억엔)였지만,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8월 기준 약 2조엔으로 세계 3위에 머물렀다. 스웨덴의 에이치앤엠(H&M)이 지난해 11월 기준 1870억 크로네(약 2조3천억엔)으로 2위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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