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포스트> 기고가로 활동하다 2018년 살해당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왼쪽)과 살해 배후로 미 정보당국이 판단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AFP 연합뉴스
미국은 1일(현지시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휘하의 정예부대를 해체할 것을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카슈끄지 살해 등 반체제 대응 작전에 관여한 사우디 왕실경비대의 신속개입군(RIF)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 집단을 해체하고 반체제 탄압 활동·작전이 완전히 중단되도록 제도적, 체계적 개혁·통제를 채택할 것을 사우디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미 국가정보국(ODNI)은 <워싱턴 포스트> 기고가로 활동한 사우디 국적의 카슈끄지가 2018년 살해당한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의 승인이 있었다는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동시에 미 정부는 왕세자 경호를 담당하는 정예부대인 신속개입군과 사우디 정보국 전직 간부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카슈끄지 암살팀 15명 중에 신속개입군 소속 7명도 포함돼 있다고 미 당국은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은 미 정부가 카슈끄지 살해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왕세자에 대해 제재는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카슈끄지 살해 책임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히는 등 인권과 민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카슈끄지 암살 대응에서는 사우디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수위조절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1일 백악관과 국무부 언론 브리핑에서는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어떻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냐’, ‘외교관계가 있는 외국 지도자는 제재하지 않는 게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안보팀이 고려해 결정한 여러 조처를 취했다”고 대답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과거보다는) 미래 행동에 매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사우디와의) ‘파열’이 아니라 ‘재측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브리핑에서 최근 구금에서 풀려난 여성인권 운동가 로우자인 알하틀로울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추가 조처를 할 것을 사우디에 촉구한다고 밝히는 등, 사우디에 여러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