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인종차별 논란 ‘닥터 수스’ 일부 작품, 판매중단

등록 2021-03-03 11:24수정 2021-03-04 02:44

어린이 그림책 대명사 닥터 수스 작품 중 6권
“상처 주고 잘못된 방식으로 사람을 묘사”
작가 탄생일 맞춘 ‘미국 독서의 날’에 결정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서점에 2일 전시된 세계적인 어린이 그림책 작가 닥터 수스의 작품들. 출판사는 인종주의적 묘사가 있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 중 6권을 출간 금지했다. 브루클린/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서점에 2일 전시된 세계적인 어린이 그림책 작가 닥터 수스의 작품들. 출판사는 인종주의적 묘사가 있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 중 6권을 출간 금지했다. 브루클린/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어린이책의 대명사인 ‘닥터 수스’의 작품 중 6종이 자체적으로 출판 중단됐다. 인종주의적인 묘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닥터 수스’라는 필명의 시어도어 수스 가이젤의 작품을 출간하는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2일 성명을 내고 <내가 동물원을 운영한다면> 등 그의 작품 6종이 “인종적으로 무감각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며 더이상 출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 책들이 상처를 주고 잘못된 방식으로 사람들을 묘사한다”고 인정했다.

출판사 쪽은 이 결정이 전문가 및 교사들과 상의한 뒤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 책들의 판매 중단은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의 출간물들이 모든 공동체와 가족들을 대변하고 지원하게 하려는 우리의 약속과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출간 중단을 결정한 2일은 닥터 수스의 탄생일이다. 1998년 전국교육협회가 그의 업적과 인기를 기려 ‘미국 독서의 날’로 지정한 날이다.

<모자를 쓴 고양이> 등 닥터 수스의 작품 60여권은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팔리고 있으며,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그의 작품은 어린이와 동물들의 쾌활하고 분방한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데다, 재미있는 운율에 맞춘 글로도 유명하다.

출간중단한 닥터 수스의 작품 중에서 문제가 된 부분. 중국인에 대한 묘사가 왜곡된 정형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84년에 처음 출간됐을 때는 노랑 피부색의 ‘중국 소년’으로 묘사됐다가, 비판이 일자 얼굴색을 하햔 ‘중국인’으로 수정됐다.  AP 연합뉴스
출간중단한 닥터 수스의 작품 중에서 문제가 된 부분. 중국인에 대한 묘사가 왜곡된 정형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84년에 처음 출간됐을 때는 노랑 피부색의 ‘중국 소년’으로 묘사됐다가, 비판이 일자 얼굴색을 하햔 ‘중국인’으로 수정됐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작품 내에서 ‘인종 감수성’이 뒤떨어지는 묘사들이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에 자체적으로 출간을 중단한 책에서는 찢어진 눈에 쌀밥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일본 전통 복장을 한 중국인이 묘사되어 있다. 또,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이 상의를 입지 않고 신발을 신지 않고, 풀로 만든 치마만 입은채 이국적인 동물들을 운반하는 장면도 있다.

지난 2017년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의 한 도서관 사서는 당시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로부터 기증받은 10권의 닥터 수스 책들이 “인종주의적인 선전, 왜곡, 그리고 유해한 정형화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닥터 수스의 고향에 있는 그의 박물관은 아시아 인들을 정형화해서 그린 벽화를 철거했다. 3명의 작가들이 그 묘사가 인종주의적이라며 박물관에서 열리는 행사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국교육협회는 그의 생일에 맞춰 제정한 ‘미국 독서의 날’에 닥터 수스의 작품 보다는 다른 다양한 어린이책들을 읽도록 권장해왔다. 또 미국 내의 일부 지역에서는 그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을 꺼려왔다. 버지니아의 루둔 카운티 교육당국은 지난주 교사들에게 ‘미국 독서의 날’과 닥터 수스를 연관짓지 말라고 지시했다. 루둔 카운티 교육당국은 “문화적인 반응성과 인종에 관한 의식이 커지면서, 닥터 수스가 쓰고 그린 글과 그림에 담긴 뿌리깊은 저의를 드러내는 연구들이 최근 나왔다는 것은 독자들도 알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닥터 수스는 지난 1991년 87살로 사망했다. 그의 작품은 2020년에도 세전 33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어린이책이다.

최근 들어, 다른 유명 어린이 그림책 등 문학작품들도 인종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도서관 서가에서 제외되는 추세다.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한 <바바의 여행기>라는 그림책도 ‘야만 식인종’이라는 표현 등이 문제가 돼 영국 일부 도서관 서가에서 제외됐다. 미국도서관협회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을 인종주의적으로 묘사했다”며 서부개척민들의 삶을 그린 <초원의 집>을 쓴 로라 잉걸스 와일더에게 수여했던 상을 취소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