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소매·백화점 노조’의 활동가가 앨라배마주 배서머의 아마존 물류센터 앞에서 노조 설립 찬성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아마존의 무노조 경영 방침 때문에 이곳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전국적인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배서머/AP 연합뉴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소속 물류센터의 노조 설립 움직임에 노동계뿐 아니라 유명 배우와 운동선수, 정치인 등이 잇따라 지지를 선언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앨라배마주 배서머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은 노조를 설립할지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지난달 8일부터 이달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투표에서 노조 설립이 결정될 경우, 25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아마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이 5800명 수준인 이 물류센터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역풍을 피하기 위해 몇달 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다가, 최근 노동단체과 유명인들이 공개 지지에 나서면서 열기가 높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계 외부 인사 가운데는 미국프로풋볼리그 소속 선수들이 가장 먼저 노조 설립 지지를 선언했다. 이어 지난해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조지아주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해 주목받은 여성 정치인이자 선거참여 운동가 스테이시 에이브럼스가 가세했다. 원로 흑인 배우 대니 글로버는 지난주 현장을 직접 방문해 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우 티나 페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힘을 보탰다.
급기야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노조 설립을 지지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사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모든 노동자는 노조 가입 여부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수십년 동안 미국 대통령들의 노조 관련 발언 가운데 가장 강력한 노조 지지 표명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평했다.
각계 인사들이 이 투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마존이 창업 이후 지금까지 25년 동안 고수한 무노조 경영 때문이다. 이 물류센터 직원 상당수가 흑인이라는 점이, 흑인의 어려운 노동 상황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측면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마존도 맞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사의 임금이 앨라배마주 법정 최저임금의 최소 2배인 시간당 15달러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특히 내세우고 있다. 회사는 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로 보내는 등 갖가지 설득 작업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직원들이 노조 설립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며 직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벤저민 삭스 하버드대학 법대 교수는 “이 노조 설립 움직임은 노조에 제약이 많은 미국 남부에서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세계 최대 규모 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일”이라며 “노조가 승리한다면 도저히 과장할 수 없을 만큼 그 의미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