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대화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4자 협의체인 ‘쿼드’가 12일 첫 정상회의를 열었다. 중국 화웨이를 겨냥한 5세대(5G) 통신 장비의 보안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쿼드 차원의 개발도상국(개도국) 백신 공급 등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우방과 함께 중국 포위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쿼드 정상회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참여한 속에서 한국 시각으로 12일 밤부터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우리 모두의 미래에 필수적이다”며 “미국은 여러분들과 우리의 파트너, 그리고 이 지역의 모든 동맹국들과 함께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스가 일본 총리는 회의 뒤 기자단에 “이번 회의는 4개국을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은 회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쿼드 첫 정상회의가 열렸고, (쿼드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네 나라 정상들은 회의에서 5세대 통신 장비 등 사이버상의 보안 관련 기술 기준과 규범 확립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실무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특정 국가와 업체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반화웨이’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신규 제한 조치를 가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번 규제로 반도체나 안테나, 배터리 등 화웨이 ‘5G’ 장비용 부품 수출이 더 명확하게 금지된다.
쿼드 정상들은 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배터리, 풍력발전 터빈, 무기 제조를 포함한 주요 산업에 사용되는 17개 원소를 말한다. 중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4개 국가 정상들이) 희토류 공급망의 분산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의 전면에 희토류를 내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쿼드 차원에서 개도국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그 돈으로 각국이 인도산 백신을 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개도국에 중국산 백신을 무상으로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인도에는 경제적 혜택이 돌아간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외교는 쿼드 이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오는 15~19일 동맹인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다. 이어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19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중 고위급 회담에선 홍콩·대만 등의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가 일본 총리는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으로 만나는 첫 외국 정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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