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드라 데처(오른쪽)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회 의장 등 녹색당 지도자들이 14일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가 예상되자 환호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의 집권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CDU)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 후임을 결정할 연방 하원 선거의 전초전 격인 2개 주의회 선거에서 패배했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민련의 저조한 성적표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늦어지고 소속 연방의원이 선거 직전 비리 혐의로 사퇴한 여파로 분석된다.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라인란트팔츠주에서 14일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각각 현직 주지사가 이끄는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이 승리했다고 <남서독일방송>(SWR)이 15일 보도했다. 집권 기민련은 두 지역 모두에서 역대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오는 9월 연방의회 선거 승리를 통해 메르켈 총리의 16년 집권을 이어가려는 기민련에 뼈아픈 패배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의 잠정 집계 결과, 녹색당이 32.6%를 얻어 24.1%에 그친 기민련을 크게 앞섰다. 2016년 선거에서 기민련의 득표율은 27.0%였다. 이에 따라 녹색당의 빈프리트 크레치만(72) 주지사가 무난히 3선에 성공했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서는 사민당이 35.7%, 기민련이 27.7%로 1·2위를 기록했다. 사민당 소속 말루 드라이어(60) 주지사는 재선을 확정했다.
독일은 이번 선거에 이어 6월6일 작센안할트주, 9월26일 연방 하원, 베를린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튀링겐주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특히 연방 하원 선거는 메르켈 총리를 이을 새로운 총리가 결정되는 선거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미래 독일 연방정부의 정치적 관계를 미리 보여준다”며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녹색당이 총리 자리를 넘볼 수도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지금까지 녹색당과 기민련이 연정을 구성해왔는데, 이번 선거 이후 녹색·사민·자민 3당 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니트의 14일 여론조사를 보면, 녹색당의 전국 지지율은 19%다. 앞서 지난 4~10일 여론조사연구소 칸타가 <빌트암존타크>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녹색당은 19%의 지지율로, 31%를 기록한 기민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기민련의 지지율은 올해 초만 해도 35%를 넘었으나, 최근 계속 인기를 잃고 있다.
파울 치미아크 기민련 사무총장은 이날 선거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밝혔지만, 기민련의 패배라기보다 현직 주지사들의 개인적 인기에 따른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늦어지면서 연방정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게다가 기민련의 니콜라스 뢰벨 연방의원이 지난 5일 중국산 마스크 중개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사퇴하면서 기민련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에 따라 입지가 약화된 아르민 라셰트 기민련 대표와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연합(기사련·CSU)의 마르쿠스 죄더 대표가 총리 단일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5년 전보다 득표율이 4~5%포인트 떨어지는 저조한 결과를 얻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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