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나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혈전 발생이 의심된다는 보고가 이어지자,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도 15일(현지시각) 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혈액이 일부 굳는 증상(혈전)이 의심된다는 보고가 유럽에서 이어지자, 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15일(현지시각) 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3개국의 이런 결정은, 이 백신을 맞은 뒤 혈전·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에 따라 덴마크·노르웨이 등이 지난주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 뒤 나온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 나라들도 잇따라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반면,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백신 접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혈전 발생 등이 백신과 관련 있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백신 접종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기구는 자문단이 관련 보고를 검토해 결과를 최대할 빨리 발표하기로 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0일까지 (영국을 제외한) 유럽 30개국에서 500만명 이상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으며 혈전 등의 부작용 의심 사례는 모두 30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의약품청은 18일 긴급 회의를 열고 부작용 의심 사례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혈전 발생 위험은 낮지만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슈판 장관은 “이 조처는 독일의 백신 규제 기관인 파울에를리히 연구소의 권고에 따른 전문적인 결정이지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도 유럽의약품청의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예방적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중단했으며 규제기관의 권고가 나와 빠르게 접종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백신 접종 중단이 “예방 차원이며 일시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에 참여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앤드루 폴라드 교수는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접종 회수가 가장 많은 영국에서는 혈전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해주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헤드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선임연구원도 “우리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백신 접종 집단의 혈전 발생 가능성은 백신을 맞지 않은 집단과 같다”며 백신 접종 중단에 따른 피해를 우려했다.
하지만 독일 뮌헨 슈바빙클리닉의 감염병 전문가 클레멘스 벤트너는 “독일 보건부의 발표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 160만명 가운데 7건의 의심 사례가 있었다”며 “이는 1년간 100만명당 2~5명인 혈전증 기저 발생률보다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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