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현지시각) 설교문을 든 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을 바라보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교황청이 15일 가톨릭교회는 동성간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이날 가톨릭 사제들이 동성간 결합을 축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글에서 “축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앙교리성은 동성애자를 교회가 환영하는 것과 그들의 결합을 축복하는 걸 구분하면서 “동성 결합은 하느님의 계획에 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받아 7개 언어로 발표됐다.
교황청은 동성애자를 존중해야 하지만 동성간 성행위는 ‘본질적으로 무질서한 것’이라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또 결혼은 남녀간 결합이며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멕시코의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로 ‘시민 결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지난해 10월21일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를 통해 공개되면서, 교황이 동성 커플의 시민 결합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교황청은 이 발언이 교회와 무관한 속세의 영역에 국한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교황청의 유권해석 발표는 일부 국가 사제들이 동성 결합을 축복해주면서 촉발한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조처다. 동성애자이자 미국 뉴욕의 포덤대학 교수인 브라이언 매싱게일 신부는 “동성애자들을 축복해온 사제들은 앞으로도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더 은밀하게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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