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내각 총사퇴 이후 행정 관리만 담당해온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 총선 출구조사에서 승리가 예상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이그/AP 연합뉴스
인종차별적인 ‘육아보조금 부당 환급’ 파문으로 지난 1월 사퇴하고 행정 관리만 맡아온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 끝난 총선에서 기사회생했다.
15~17일 사흘 동안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의 중간개표 결과, 뤼터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민주국민당(자민당·VVD)이 전체 150석 가운데 35석을 얻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공영방송 <엔오에스>(NOS)가 보도했다.
전체 356개 자치구 중 322곳의 개표가 끝난 상황에서 자민당은 22.0%를 득표하면서 의석수를 지난 총선 때보다 2석 더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외교관 출신 여성 정치인 시흐리트 카흐가 이끄는 친유럽연합(EU) 성향의 ‘민주66’(D66)은 지난 총선보다 5석 많은 24석을 확보해 제2당으로 약진했다. 이런 결과는 민주66 창당 55년 만의 최대 성과라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2017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2당으로 올라섰던 극우·반이슬람 성향의 자유당(PVV)은 3석이 적은 1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총선에서 나란히 14석을 얻었던 사회당과 녹색좌파당은 각각 5, 7석을 잃는 등 전통 좌파 세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0년부터 10년 이상 집권한 뤼터 총리는 지난 1월 유색인종을 주로 겨냥한 육아보조금 부정 환급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퇴해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그가 행정 관리만 맡은 가운데 진행된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치적 이슈들이 묻히는 바람에 일찌감치 자민당의 승리가 유력했다.
올해 54살인 뤼터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유럽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 이어 가장 오래 재임한 지도자에 해당한다. 뤼터 총리는 투표가 끝난 뒤 “네덜란드 유권자들이 우리 당에 압도적인 신뢰를 보여줬다”며 “앞으로 10년의 과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떻게 국가를 재건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5년 전보다 4개 많은 17개 당이 의회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돼, 연립정부 구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17년에는 연정 구성에 7개월이 걸린 바 있다. 뤼터 총리는 선거 전부터 반이슬람 성향의 자유당을 연정 대상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적어도 3개 주요 정당과 손을 잡아야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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