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 J-10 전투기. 대만 국방부 누리집 갈무리 연합뉴스
미-중 갈등 악화 속에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선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려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미국의 대만 방어 능력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 미 고위당국자의 말을 따 “지난 두달여 중국 쪽의 행태를 평가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과 관련해 현상유지에 만족하던 시기를 지나,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을 시험해보려는 시기로 다가서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2022년에) 집권 3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대만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시 주석이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대만 쪽에서도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공산당대회와 인민해방군 창건 100주년을 맞는 2027년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과 이에 따른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은 모두가 원치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미-중 갈등 격화 속에 중국의 대응이 갈수록 공세적으로 바뀌면서, 대만이 미-중 간 격전지가 될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은 신문에 “남중국해에서 공세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인도와 국경에서 유혈 충돌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유럽에 대해선 경제적 압박과 이른바 ‘전랑(늑대)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가장 지속적이고 단호하게 군사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대만”이라고 지적했다.
미군 수뇌부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존 애퀼리노 차기 인도태평양사령관 지명자는 23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개인적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긴급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아지는 긴장감 속에 미국의 대만 방어 능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비시>(NBC) 방송은 27일 군사 소식통의 말을 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상해 진행한 모의 군사훈련(워게임) 결과, 미국이 사태 초기에 단호하게 개입하더라도 중국의 침공을 매번 방어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개전 초기 중국의 공격으로 대만 공군이 초토화되고, 태평양 일대 미 공군기지도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군이 보유한 막강한 탄도 순항 미사일 탓에 미군 함정과 전투기가 대만 인근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중국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주일 미군기지를 선제 타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27일 중국군이 전날 쿵징(KJ)-500 조기경보기와 젠(J)-16, 훙(H)-6K 전략 폭격기 등 공군기 20대를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가 중국 공군의 움직임을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규모다.
중국의 이례적 위력 과시는 전날 대만과 미국이 해안경비 협력 강화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만 총통부는 성명을 내어 “중국의 일방적인 군사도발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대만해협 양안(중국-대만)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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