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조사팀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30일 화상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중국과 공동 조사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중간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것이라는 공식 보고서를 30일(현지시각) 내놨다. 세계보건기구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은 작다고도 밝혔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4개국은 조사가 독립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제 전문가 17명과 중국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지난 1월14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코로나19 발병 과정을 조사한 120쪽 분량의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코로나19 전파 경로에 대해 조사팀은 4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능성이 매우 큰”(likely to very likely) 가설은 바이러스가 박쥐 같은 동물에서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것이었다.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밀접하긴 하지만 둘 사이에 수십 년의 진화적 거리가 존재해, 중간 고리 역할을 하는 동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박쥐나 천산갑, 밍크 등 동물에서 인간으로 직접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것이었다. 조사팀은 이를 “가능성이 있다”(possibleto likely)고 평가했다. 세 번째 가설은 냉동식품 운송(콜드 체인)을 통한 전파설이었다. 조사팀은 이를 “있을 수 있다”(possible)고 판단했다. 조사팀은 이 가설의 근거로 중국에서 지난해 수입 냉동식품과 관련한 코로나19 발병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넷째 가설은 실험실 유출설이었다. 조사팀은 이를 “극히 드문”(extremely unlikely) 가설이라고 했고, 이 경우에도 직원의 우발적 감염을 통해 자연 발생적인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나온 것일 수 있고 고의적인 유출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조사팀은 이번 조사에 중국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결론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팀이 중국 우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원자료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시기적절하고 포괄적인 데이터 공유가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4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바이러스 근원에 대한 국제 전문가의 연구가 상당히 지연되고 완전한 원자료와 표본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공통으로 우려한다”며 조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건에서 수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누리집에 올린 기자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여준 과학, 근면, 전문성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