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미 워싱턴 터코마 주택가에서 산책하던 한인 부부(왼쪽)가 10대 소년의 공격을 받고 있다. CNN 갈무리
미국에서 반아시아 정서의 확산으로 한국계 교민들이 폭행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이 습격을 받고, 산책 중 공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1년 동안 110건 이상의 반아시안 폭력 사건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시엔엔>(CNN)은 3일(현지시각) 워싱턴주 터코마 경찰이 지난해 11월 50대 한국계 부부를 폭행한 혐의로 15살 소년을 체포해 2급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19일 워싱턴 주택가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폭행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용의자가 검거됐다.
동영상에는 빨간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은 흑인 소년이 길을 걷던 아시아계 남성을 향해 달려들어 주먹질을 했다. 옆에 있던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한국말로 “하지마”라고 소리치고 “헬프미”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피해 남성은 여러 명의 10대가 자신을 밀쳐 땅에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때려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최근 지역방송 <케이아이아르오>(KIRO)와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을 용서한다면서도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폭력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지난달 30일 한국계 부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24살 흑인이 쇠막대를 들고 난입해 기물을 파괴하고 난동을 부렸다. 이 흑인은 상품이 진열된 선반을 넘어뜨리고, 쇠막대로 냉장고 등을 마구 때렸다. 이 흑인은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 이 중국 XX”라고 욕설을 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도 아시아인에 반감을 가진 백인 청년이 아시안계가 운영하는 마사지 가게 등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한국계 4명이 숨졌다. 이 사건에서 숨진 피해자 8명 중 6명이 아시안계였다.
반아시안계 폭력 사건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아시안계를 향한 증오 범죄 사건이 110건이 넘는다고 언론 보도 등을 집계해 보도했다. 폭행, 재물 파손, 모욕 등이다. 이 중 상당수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범죄였다. 절반 가까운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너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중국으로 돌아가라”, “바이러스를 여기 가져온 건 너다”라는 발언 등을 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5년간 통계와 비교해 2~3배 늘어난 것이다. 뉴욕시의 경우 지난 1년간 반아시아 혐오범죄가 30건 가까이 신고됐는데, 이전 5년 동안 10건을 넘은 적이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통계는 실제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며 “증오범죄는 일반적으로 적게 집계된다. 가장 터무니없는 기사들만 뉴스의 헤드라인에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 아시안계 여성이 ‘아시안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