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국왕 이복동생, 가택연금…“정부가 비판자 억압” 주장

쿠데타 모의 관련 고위급 인사 체포 뒤 동영상으로 폭로
경제 상황 나빠지며 국민 불만 고조…“국정 위기 징조”

요르단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인 함자 빈 후세인 왕자가 3일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자택연금 상태이며 부패한 정부가 비판자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4년 한 종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함자 왕자.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에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로 꼽히는 요르단에서 국왕의 이복동생이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가택연금 상태이며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가 비판자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3일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인 함자 빈 후세인 왕자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전달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함자 왕자는 이 동영상에서 “군 참모총장이 이날 오전 방문해 일체의 외부 접촉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내가 참석했던 모임에서 국왕이나 정부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 친구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체포됐고, 나에 대한 경호가 사라졌으며, 인터넷과 전화도 차단됐다”고 말했다.

함자 왕자는 1999년 아버지인 후세인 국왕이 사망하고 자신의 이복형인 압둘라가 국왕이 되면서 왕세자로 지명됐으나, 2004년 왕세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함자 왕자는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위협당하지 않으면서 정부를 비판하거나 의견을 밝히는 게 더는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5~20년 동안 정부 조직 내부에 부패와 무능이 만연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상황이 더 나빠지고,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 또한 나와 무관하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함자 왕자의 발언은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바셈 아와달라 전 재무장관과 왕실의 일원인 샤리프 하산 빈 자이드 등이 체포된 뒤 나왔다. 압둘라 국왕의 오랜 측근인 아와달라는 2000년대 중반까지 요르단의 경제 개혁을 이끈 인물이다. 요르단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이자 미국 등 서방의 오랜 동맹국이며, 고위급 인사들이 체포되는 일은 드물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지적했다. 앞서 요르단군은 함자 왕자가 체포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함자 왕자에게 국가 안보와 안전을 위협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활동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비비시>는 요르단이 코로나19 대확산 이전부터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국민의 불만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터져 나온 함자 왕자의 가택연금과 고위급 인사 체포는, 요르단의 국정 위기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드는 징조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요르단 관련 보고를 주시하고 요르단의 핵심 관리들과 접촉 중”이라며 “압둘라 국왕은 미국의 핵심 협력자이며 우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주변국들도 압둘라 국왕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