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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0년 끈 ‘자바 저작권 소송’에서 구글 승리

등록 2021-04-06 12:02수정 2021-04-06 16:13

오러클, 자바의 저작권 침해했다며 10조원짜리 소송 제기
연방대법원, “구글의 활용은 공정 이용에 해당” 판단
“경쟁 촉진” 대 “소프트웨어 공개 꺼리는 폐쇄성 부추길 것”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자바’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러클과 구글이 10년 이상 벌인 법정 싸움에서 구글이 승리했다. 오라클(위쪽)과 구글의 로고. AFP 연합뉴스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자바’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러클과 구글이 10년 이상 벌인 법정 싸움에서 구글이 승리했다. 오라클(위쪽)과 구글의 로고. AFP 연합뉴스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자바’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러클과 구글이 10년 이상 벌인 법정 싸움에서 구글이 승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소송은 다른 업체가 공개한 프로그램 코드를 어디까지 활용·변형할 수 있는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 쟁점이어서,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여파를 끼치는 사안이다. 구글의 승리에 대해 한편에서는 타사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성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자바 프로그램 언어를 소유한 오러클이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구글이 자바 프로그램 코드를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에 포함시켜 사용한 것은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 이용이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일지라도 공익적 목적 등을 위해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오러클이 자바를 개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한 뒤 2010년 90억달러(약 10조원)를 요구하며 시작된 이 소송의 쟁점은 두가지다. 첫째는, ‘에이피아이’(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라는 특수한 프로그램 코드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다. 둘째는, 이 코드를 가져다가 다른 소프트웨어에 포함시켜 쓰는 것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다. 에이피아이는 특정 프로그램 언어나 운영체제의 기능을 다른 프로그래머가 쉽게 활용하도록, 원 개발자가 제공하는 ‘간편 도구’ 같은 컴퓨터 코드다.

두 회사의 소송에서 1심은 2012년 5월 에이피아이에는 저작권이 없다고, 또 2016년 5월에는 구글의 활용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각각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인 항소법원은 이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구글은 이에 불복해 2019년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심리한 끝에 구글의 사용이 공정 이용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저작권에 대해서는 확정적인 판단을 피해 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전했다.

이 소송 추이를 추적해온 특허·저작권 분쟁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분명히 독창적인 프로그램 코드를 경쟁 제품에 포함시켜 대규모로 배포한 행위가, 공정 이용이라는 판단은 충격적인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판결로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는 폐쇄성이 퍼지면서, 결국 소프트웨어 업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은 구글의 자바 에이피아이 사용이 일반적인 사용 행태와 꽤 다르기 때문이다. 에이피아이는 보통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 기능을 그대로 이용하는 데 사용된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연동하는 기능을 자사의 홈페이지나 앱에 추가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제공한 에이이피아이를 규칙에 따라 사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구글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익숙하게 쓰고 있던 자바를 활용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포함시킨 코드는 1만1천줄이다. 그 뒤 구글은 가져다 쓴 에이피아이를 자바와 호환되지 않게 바꿈으로써, 자바를 도태시키려 시도했다는 게 개발 회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주장이다. 자바를 ‘공개 소프트웨어’와 상업용, 두가지로 내놓은 이 회사는 애초 구글의 자바 사용을 환영했으나, 뒤늦게 불만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막대한 비용을 우려해 소송을 걸지 않았지만, 오러클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 뒤 소송을 선택했다.

오러클은 판결 뒤 “구글은 자바를 훔쳤고 독점기업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10년간 소송을 이어왔다”며 “이런 행태는 바로 전세계와 미국의 규제 당국이 구글의 사업 관행을 조사하고 있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반면, 구글은 이번 판결이 “소비자와 상호 운용성, 컴퓨터 과학의 승리”라며 “이번 결정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차세대 개발자들에게 법적 확실성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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