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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영국-EU ‘중간지대’ 북아일랜드, 폭력 사태 일주일 이상 이어져

등록 2021-04-09 15:10수정 2021-04-09 15:43

EU 탈퇴 이후 영국과 멀어질 것 우려하는 영국계 불만이 사태 촉발
8일엔 아일랜드계 젊은이들 가세…과거 폭력과 갈등 재연될까 우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중간 지대 성격을 띠는 북아일랜드에서 젊은이들의 폭력이 이어지면서, 1998년 어렵게 찾은 북아일랜드의 평화가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경찰 앞에서 화염병이 불타고 있다. 벨파스트/EPA 연합뉴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중간 지대 성격을 띠는 북아일랜드에서 젊은이들의 폭력이 이어지면서, 1998년 어렵게 찾은 북아일랜드의 평화가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경찰 앞에서 화염병이 불타고 있다. 벨파스트/EPA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도 유럽연합 단일시장에 잔류해, 중간지대 성격을 띠게 된 북아일랜드에서 폭력 사태가 일주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1998년 영국계와 아일랜드계 주민의 오랜 반목과 무장 충돌을 가까스로 잠재우며 확보한 평화가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물론 아일랜드계 혈통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은 지난달 29일 북아일랜드 서북부 런던데리에서 경찰이 40여명의 군중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화염병이 등장한 이후 북아일랜드 곳곳에서 젊은이들의 폭력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에는 북아일랜드 최대 도시인 벨파스트에서 화염병 투척과 버스 탈취 사태까지 나타나면서 최근 몇년동안 보지 못하던 수준으로 사태가 커졌다.

이때까지의 폭력 사태는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영국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영국계 젊은이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8일에는 아일랜드계 젊은이들도 거리로 나섰다. 자칫, 영국계와 아일랜드계의 반목과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아일랜드 섬의 북동부에 위치한 북아일랜드는 20세기 내내 영국계와 아일랜드계의 갈등이 지속된 땅이다. 아일랜드는 1921년 영국에서 독립했으나, 영국계 주민이 많은 북동부 6개주는 영국의 일원인 북아일랜드로 남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일을 주장하는 세력과 영국 잔류를 주장하는 세력이 갈등을 빚었다. 아일랜드와 통일을 목표로 한 무장 조직 아일랜드공화군(IRA)의 테러 행위도 끊이지 않았다.

북아일랜드의 갈등은 1998년 4월 벨파스트 협정 체결로 종식됐다. 아일랜드가 북아일랜드와의 통일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북아일랜드는 영국계와 아일랜드계의 합의에 기초해 운영되는 자치권을 얻었다. 또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을 두지 않고, 두 지역간 자유 왕래도 보장됐다. 북아일랜드 주민에게는 아일랜드 국적, 영국 국적 또는 이중국적을 선택할 권리도 보장됐다.

북아일랜드의 평화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다시 고비를 맞았다. 벨파스트 협정을 준수하면서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방안이 간단치 않았고, 결국 북아일랜드가 유럽연합의 단일시장에 남는 안이 선택됐다. 이 안은 영국 본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화물에 대한 통관 절차를 신설하는 것을 포함한다.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를 거쳐 유럽연합으로, 또는 그 반대로 이동하는 화물에 대한 통제 필요성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의 영국계 세력은 이런 합의가 북아일랜드를 영국에서 멀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이는 지난 1월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마무리된 뒤 일부 현실화했다. 통관 절차가 지연되면서 북아일랜드에 식료품 등이 제때 공급되지 못한 것이다. 영국계 주민의 동요는 유럽연합이 코로나19 백신의 영국 수출을 막기 위해 북아일랜드 국경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더 심해졌다. 유럽연합은 결국 이 방침을 철회했으나, 민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북아일랜드의 나오미 롱 법무장관은 8일 “폭력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이는 두려움과 걱정만 부른다.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영국의 영향력이 중첩되는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북아일랜드가 예전의 안정을 회복하는 게 그리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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