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롱령이 ‘비우호적인 국가’ 목록을 작성해, 이들 정부 기관의 러시아내 활동을 제약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는 등 서방과의 대결을 강화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체코에 대해 최근 실시한 제재 조처를 ‘비우호 국가’로 확대하는 움직임에 나서는 등 서방과의 신냉전적 대결을 강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 목록 작성을 지시하는 한편, 이들 국가의 러시아 내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대통령령은 러시아, 러시아인, 러시아 법인 등에 비우호적인 행위를 하는 국가의 러시아 주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정부기관 등이 러시아인을 현지 직원으로 고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고용 인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이나 투자자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조처는 러시아가 미국·체코와 외교 갈등을 빚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와 체코는 최근 각각 선거 개입과 탄약창고 폭발 사건 연루를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 추방 조처를 취했다. 러시아도 이에 맞서 두 나라 외교관을 추방하면서 러시아 주재 두나라 대사관의 러시아인 고용을 금지시킨 바 있다. 러시아는 폴란드,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 등과도 외교 갈등을 빚고 있어, 제재 대상 국가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 법무부는 라트비아에서 러시아어와 영어로 발행되는 온라인 매체 <메두자>를 ‘외국 요원’으로 지정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러시아 법에 따르면,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거나 정치활동에 개입하는 비영리 조직은 ‘외국 요원’으로 등록하고 이 사실을 항상 표시해야 한다. 이들 기관은 엄격한 활동 감시 대상이 된다. <메두자>는 러시아 언론인 갈리나 팀첸코가 2014년 정부 통제를 피하려고 라트비아로 옮겨가 세운 매체다.
메두자쪽은 “이 결정을 전적으로 거부하며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어 “러시아가 독립 언론 매체의 활동을 규제하는 건 국제적 의무와 인권 보호 약속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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