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농산물부터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거품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목재나 농산물 같은 실물 자산부터 디지털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치솟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면서 ‘거품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5일 지적했다.
신문은 목재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이고 미국 주택 매매 건수는 2006년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 이후 가장 많다고 전했다. 비트코인도 최근 6만달러(약 66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하락했지만 25일 기준으로 여전히 올해 초 대비 66.5%나 높다. 이 밖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도 올해 초에 비해 28%나 높은 상태이며, 콩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옥수수 선물 가격 또한 8년 만에 최고 가격으로 지난 주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는 미국 주식의 상승세도 뒤지지 않는다. 미국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연초보다 11.3%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나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나라들의 주가지수도 올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의 이런 자산 가격 폭등은 100년 전 이른바 ‘광란의 (19)20년대’나 20여년 전 ‘닷컴 거품’과 비교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자산 가격 자체가 높다고 바로 거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신문은 “개별 기업의 실적 전망 같은 기초 여건을 무시한 채 주식 등의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고 투자하려는 자세가 거품을 키우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1980년대 일본의 자산 거품 붕괴와 2000년 닷컴 거품 붕괴를 예측한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과거의 거품은 경제 여건이 완벽해 보일 때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상당히 타격을 받은 시점부터 시장이 급격한 상승세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과거 겪었던 거품 현상과 아주 다른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산 시장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모든 부문이 동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특히 실물 부분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황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 의지를 보이지 않는 영향이 크다. 연준은 ‘저금리가 자산 거품을 키운다’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면서 2023년까지 0% 수준의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과거 거품 붕괴의 결과를 익히 아는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온라인 증권 거래 사이트 ‘이(E)*트레이드’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투자자의 70%가 시장이 완전한 거품 상태이거나 상당한 거품이 낀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역사적으로 거품 붕괴는 비관론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늦게 나타났기 때문에, 서둘러 자산을 매각했다가 가격이 더 올라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