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자’ 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6000만회분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겠다고 26일(현지시각)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는 인도를 비롯해 어려움에 처한 나라들을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미국에서 아직 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앞으로 몇달 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제품의 안전성 검토를 마치는 대로 외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몇 주 안에” 외국으로 백신 공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앤디 슬라빗 코로나19 자문은 트위터에 “가능한 한 빨리”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백악관은 백신을 어느 나라로 보낼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의 계획과 누가 제공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현재 계획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다양한 옵션들을 고려할 것”이라며 “물론 그중 많은 부분은 직접적인 관계를 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사용 승인을 내리지 않은 채 1000만회분을 비축해두고 있다. 5000만회분은 5~6월까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인구 전체에 2차까지 접종하고도 남을 6억회분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존슨앤존슨 계열사 얀센 백신도 접종하고 있다. 백신을 전세계로 풀라는 보건 전문가들과 외국의 압박이 높아지자 자국에 쌓아만 두고 사용하지 않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방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주변국들과 백신 공유에 나서며 미국과의 틈을 파고 드는 상황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 국경을 접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00만회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통화하고 백신 원료와 의료용 산소 관련 물자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전날 인도에 대한 이같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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