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26일(현지시각)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스페인 정복을 위한 항해’ 출정식을 열고 있다. 치아파스/AP 연합뉴스
1994년 신자유주의 대항 선언을 해 주목 받은 멕시코 무장단체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이 스페인의 아스테카 왕국 정복 500주년을 맞아 스페인을 ‘침략하는’ 상징적인 항해에 나선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26일(현지시각)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유럽행 항해 출정식을 열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7일 보도했다. 7명으로 꾸려진 항해 대표단은 동부 킨타나로오주까지 이동한 뒤 5월 초 카리브해의 무헤레스섬에서 배를 타고 출발해 스페인을 향해 대서양을 건너게 된다.
사파티스타 대표단은 1521년 스페인군이 아스테카 수도 테노치티틀란(지금의 멕시코시티)을 무너뜨린 날인 8월13일에 맞춰,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파티스타의 상징적인 인물인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대표단이 스페인에 도착하면 ‘깨어나라!’라고 쓴 현수막을 걸고 ‘침략을 개시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스페인에 착륙하게 되면 그 땅에서 투쟁해온 이들과 만나 잔치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파티스타는 별도의 성명에서 “우리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두가지를 전할 것”이라며 “첫째는 스페인이 우리를 정복하지 못했고 우리는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그들이 우리에게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1994년 1월1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에 반발해 치아파스주에서 무장봉기를 일으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대변인인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대안 세계화’ 운동 세력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잠깐의 무장 투쟁 이후, 멕시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은 ‘자율 공동체’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 사파티스타라는 명칭은 1910년대 멕시코혁명 당시 남부 해방군의 사령관 에밀리아노 사파타에서 따온 것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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