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의 베리 자치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박지현 후보. 베리 보수당 지역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영국에 정착한 2명의 북한 이탈 주민이 6일(현지시각) 열리는 영국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북한을 벗어나 2008년 영국에 정착한 박지현(52) 후보와 역시 2008년 영국에 온 티모시 조(33) 후보가 북부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자치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해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등이 전했다.
맨체스터 북부 베리 자치구에서 선거에 나선 박 후보는 수학 교사 출신으로, 1998년 처음 북한을 탈출했다. 그는 중국에서 강제로 농부에게 팔려가 아이까지 낳고 살다가 2004년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경험이 있다. 그는 재차 북한 이탈을 시도해 결국 2008년 영국에 정착했다.
베리 지역에서 언어 강사로 일하며 북한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하는 박 후보는 지난 1월말 일찌감치 보수당의 구의원 후보로 선출됐다. 보수당 지구당 위원회는 박 후보를 지명하며 “박 후보는 우리가 아는 한 영국 지방선거에 나서는 첫 북한 난민이며, 우리는 이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동부 테임사이드 자치구에서 구의원에 도전하는 티모시 조 후보는 2004년 북한을 떠나 2008년 영국에 왔다. 그는 영국에서 대학에 진학해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박지현 후보는 최근 보수당 지지 성향의 온라인 뉴스 사이트와 인터뷰에서 “보수당이 내세우는 정의, 자유, 가족과 관련된 이상을 믿기 때문에 2016년 보수당 당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이들은 난민을 차별하는 보수당에 왜 들어갔느냐고 질문하지만, 보수당의 난민 차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우리가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아무도 우리를 몰랐고, 중국인 취급을 했다”며 “영어를 배우고 우리가 북한 사람이라는 걸 알린 이후 우리는 영국인들과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맨체스터는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우세한 지역이지만, 최근 보수당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후보는 당선 가능성을 섣불리 예측하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받은 도움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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