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점포망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약국 체인의 뉴욕시 매장 앞에 백신이 있다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백신 접종 기피 현상 등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미국이 집단면역(대다수의 구성원이 항체를 형성함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이 억제되는 상태)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일(현지시각)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전문가들이 목표로 삼던 집단면역에 미국이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 일치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목표가 영원히 달성될 수 없다고까지 생각한다. 미국의 하루 백신 접종률이 나날이 줄고, 미국인의 30%가량이 여전히 백신 접종을 꺼리는 점이 이런 비관적 전망의 주요 이유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항체 형성률이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집단면역이 달성될지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사태 초기에 인구의 60~70%가 항체를 형성하는 걸 집단면역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염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 등장해 퍼지면서 기준이 전체 인구의 80%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처럼 큰 나라에서는 집단면역 상태를 규정하기도 모호하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 전파는 지역적으로 이뤄진다”며 “전국의 백신 접종률이 90% 이상이라 해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평균 접종률이 95%에 도달할지언정 접종률이 70%에 그치는 소도시들이 곳곳에 있다면, 바이러스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소도시의 인구 이동이 많아지면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건 순식간이다.
파우치 소장의 선임 고문인 바이러스학자 데이비드 모렌스 박사는 “집단면역 상태는 인구 밀집도, 사람들의 행동 방식, 위생 수준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며 “부촌에서 집단면역에 필요한 수준이 1이라고 했을 때, 근처의 인구밀집 지역은 10일 수도 있는 식”이라고 말했다.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면, 통제 완화 이후에도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도록 막는 게 최선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진화생물학자인 칼 버그스트롬 워싱턴대 교수는 “우리가 원하는 최소한은 국지적 바이러스 확산세가 이따금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훌륭한 백신을 확보해 접종할 수 있는 미국에서라면 이는 아주 합리적인 목표치”라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박멸이 아니라 관리·통제가 목표라 할지라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백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건 정보 소통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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