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도착한 모습. 런던/EPA 연합뉴스
미국은 5일(현지시각) 런던에서 폐막한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며 북-미 외교전을 위한 국제적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접촉 시도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미국 또한 북한 문제를 서두를 생각이 없다는 보도가 나오며 북-미 대화 재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주요7개국은 외교·개발장관 회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모든 불법적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라는 목표에 전념한다”며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노력을 지속하려는 미국의 준비태세를 환영하고 계속해서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마련한 새로운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에 열려있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대북정책의 얼개를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주요7개국 장관 회의에서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어냈으나, 정작 북-미 대화의 모멘텀 마련은 힘겨워보인다.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이날 ‘바이든의 북한 전략: 서둘러라 그리고 기다려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려 시도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두 명의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에 이은 미국의 두번 째 접촉 시도에 북한이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긴은 또한 바이든 정부가 대북 협상을 전담하는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자리를 채울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북한과 대화가 있기까지는 협상을 이끌 관리를 임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로긴은 이같은 사실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낮은 위치라는 인상을 준다고 짚었다. 미국이 대북정책의 큰 틀만 제시하고 선제적 행동은 취하지 않은 채 북한의 태도 변화만 기다리며 상황 관리에만 주력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외교의 기회를 잡을지 말지 결정은 북한에 달렸다면서 “앞으로 며칠, 몇달 북한의 말 뿐 아니라 실제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로긴의 칼럼에서 “미 정부는 서류상으로 ‘이건 전략적 인내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이 먼저 움직이기만 바란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전략적 인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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