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서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4명의 아이들을 보며 울고 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확전하면서 전면전 양상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투기 공습에 이어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 2014년 2천명 넘게 숨진 ‘50일 전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14일 자정께(현지시각)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군과 지상군이 현재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공습 수위를 더 높였고 지상 포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로켓포를 대량 발사하는 등 반격했다.
이스라엘군은 8시간 뒤인 이날 오전 “가자지구에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하터널 시스템이 타깃”이라며 “전투기 160대와 탱크, 포병, 보병 부대가 국경을 따라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깃 150곳을 공격했고, 지하터널 시스템 수 ㎞를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수년 전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파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스라엘이 공군 위주 작전에서 공군·지상군의 합동 작전으로 전환했지만, 아직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지상 작전을 시작하면서 국경 인근 4㎞ 이내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하마스의 보복에 대비한 조처다.
지난 10일 충돌 이후 이스라엘은 주로 전투기 공습, 하마스는 로켓 공격으로 전투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13일까지 가자지구를 전투기로 계속 폭격하면서 접경 지역에 추가 병력과 기갑차량을 배치하는 등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다. 하마스는 이에 맞서 “가자지구 내 어떤 영역에 어떤 식으로라도 지상군이 급습한다면 적군(이스라엘)에서 사망자와 포로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피해 피난을 가고 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14년 이스라엘 10대 3명이 숨지면서 시작된 이른바 ’50일 전쟁’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지상군이 진입한다면 7년 만에 최악의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다. 이번 충돌이 ‘50일 전쟁’에 버금가거나 더 심각한 사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시 이스라엘은 교전이 본격화한 지 10일 만에 지상군을 진입시켰는데, 이번에는 4~5일 만에 지상군 진입이 거론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122명의 사망자와 9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아동 31명과 여성 20명이 포함됐다. 이스라엘에서는 6살 소년을 비롯해 8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200여명이 발생했다. 지상 전투가 본격화할 경우 사상자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2014년 50일 전쟁 때는 팔레스타인인이 2100명 이상 숨졌고 이스라엘 쪽에서는 60여명이 숨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16일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애초 이 회의는 14일 예정됐었지만 미국이 다음 주 초에 하자며 반대해 열리지 못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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