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젊은이 2명이 17일(현지시각) 바다를 통해 스페인령 세우타로 들어오는 걸 국경 경비 요원이 지켜보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수천명의 모로코인들이 수영을 하거나 보트를 타고 세우타로 몰려들었다. 세우타/로이터 연합뉴스
수천명의 모로코인들이 17일(현지시각) 새벽부터 수영을 하거나 작은 보트를 타고 지중해변 스페인령 세우타로 몰려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세우타는 지중해 지브롤터해협의 모로코 영토 끝에 붙어 있는 스페인령 지역으로,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많이 거쳐가는 곳이다.
현지 스페인 관리들은 수많은 청년들이 국경을 우회하기 위해 새벽부터 바다를 통해 몰려들었으며, 이 가운데 1500명 정도는 미성년자였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해변으로 올라온 젊은이들이 뛰어가거나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영상을 공개했다. 모로코 관리들은 이들의 세우타 진입을 저지하지 않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스페인 언론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세우타로 한꺼번에 대거 들어드는 건 드문 일이며, 스페인 정부는 즉각 국경 경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모로코인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지만, 미성년자들은 난민 보호 시설에 머물도록 허용한다. 아란차 곤잘레스 라야 스페인 외무장관은 “우리는 냉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이미 사람들을 모로코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모로코인의 대규모 세우타 진입은, 모로코가 지배하고 있는 서사하라의 독립을 추진하는 반군 지도자 신병 처리를 놓고 두 나라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발생했다. 스페인은 최근 반군 ‘폴리사리오 전선’의 지도자 브라힘 갈리가 스페인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허용했다. 이에 대해 모로코는 갈리가 신분을 위장한 채 스페인에 입국했는데도 스페인이 이 사실을 모로코에 알리지 않았다며 이런 조처는 두나라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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