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택시 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가 26일(현지시각) 영국 산별노조 지엠비(GMB)에게 우버 택시 기사의 노동조건을 협상할 권리를 부여하는 협약을 맺었다. 증시 전광판에 표시된 우버 로고. 뉴욕/AP 연합뉴스
영국의 우버 택시 운전기사들이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은 데 이어 26일 회사와 단체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대형 산별노조인 지엠비(GMB)가 우버 운전기사를 대표해 우버와 노동 조건 등을 협상할 권리를 회사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우버가 노조 단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 합의에 따라 지엠비는 3개월에 한번씩 회사와 만나 근로조건, 임금 등에 대한 교섭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지엠비는 1924년 몇몇 노조를 합쳐 출범했으며 현장 노동 분야, 지방 정부나 의료 관련 노동자 등 60여만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7만명에 이르는 영국 내 우버 운전기사들이 자동으로 이 노조 조합원이 되는 것은 아니며 각자 노조 가입 여부를 선택할 문제라고 통신은 전했다.
지엠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이번 합의는 공유경제 기업이 노동 권리와 관련해 통제되지 않는 ‘황량한 서부’로 남을 이유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우버를 비롯한 공유경제 관련 기업들은 유럽에서 저임금과 불안한 노동 조건을 유발하는 고용 구조를 바꾸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에이피>가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월 우버이츠 등 음식 배달 서비스 종사자들을 임금을 받는 직원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2월 말 이탈리아에서는 우버이츠 등에 대해 노동 안전 규정 위반을 이유로 7억3300만유로의 벌금을 물린 바 있다고 <아에프페>(AFP)가 전했다.
지엠비와 별도로 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는 ‘앱 운전자와 배달원 노조’(ADCU)는 이번 합의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전반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최저임금 산정 방식과 휴일 보상 등을 둘러싼 견해 차이 탓에 “우리가 우버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걸림돌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노조는 또 우버의 동기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우버가 “두루뭉술한 단체협약이라는 외피를 노동자의 힘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약화시키는 데 이용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 2월19일 영국의 우버 택시 운전기사들이 우버 앱에 접속한 동안은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부터 한달 뒤인 지난 3월16일 우버는 영국 내 운전기사들에 대해 최저임금(시간당 8.72파운드)과 유급 휴가, 연금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버는 “‘노동자’(Worker)는 영국 고용법 아래의 독특한 분류다. 영국에서 노동자는 피고용인(Employee)이 아니며 세금 관련으로는 자영업자이지만 최저임금과 유급 휴가와 연금은 적용된다”며, 우버기사 노동자성 인정이 영국 내 특수한 규정에 따른 제한적인 조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관련기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9871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