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의 난민 캠프에 있는 팔레스타인 재봉사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베이루트/AFP 연합뉴스
유엔 인권이사회가 27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과정의 인권 침해와 팔레스타인 지역 내 체계적 학대를 조사할 상설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상설 조사위 구성 결의는 인권이사회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조사 요구이며, 이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7개국으로 구성된 인권이사회는 이날 최근 충돌 관련 특별 회의에서 찬성 24표, 반대 9표, 기권 14표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슬람 협력기구(OIC) 소속 국가들이 제안한 이번 결의안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오르단강 서안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보고할 상설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결의안은 차별과 억압을 포함해 “반복되는 긴장과 불안정, 갈등 연장의 근본 원인”에 대한 조사도 요구했다.
표결에 앞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이 펼친 작전이 전쟁 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고 민간 기반 시설이 광범위하게 파괴됐다”며 이런 행위가 민간에 무차별적이고 과도한 피해를 끼쳤다고 판단되면 전쟁 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첼테트 최고대표는 이스라엘에 공정하고 독립적인 조사 보장 등 국제법상의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하마스가 무차별적으로 로켓을 발사한 것도 명백한 전쟁 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최근 11일 동안 충돌하면서 가자 지구에서 어린이 66명을 포함해 248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서는 2명의 어린이 등 12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외무부는 성명을 내어 “이번 결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체계적인 억압과 차별을 국제 사회가 인정한 것”이라며 “이런 (인종)차별과 이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더이상 무시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특별 회의와 결의안이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해 갖고 있는 또 다른 편견의 예라고 맹비난했다. 인권위 투표권이 없는 미국은 이스라엘을 편들며 이 결정이 최근 이뤄진 진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는 이 결의안이 “최근 제기된 인권침해 의혹 뒤의 모든 사실을 확인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영국은 “너무나 과도한 조사 명령은 두쪽의 (상반된) 태도가 더욱 단호해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