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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집권 꿈꾸는 독일 녹색당, 지방선거 참패한 까닭

등록 2021-06-08 14:29수정 2021-06-09 02:20

작센안할트에서 5.9% 득표로 5위
소득수준 가장 낮은 옛동독 지역
다른 정당들 “친환경”…차별성 반감
베르보크 대표 검증도 부정적 영향
‘백신 효과’ 메르켈의 기민련 1위
지난 6일 치러진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기민당 라이너 하젤로프 현 주지사(오른쪽)가 7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지난 6일 치러진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기민당 라이너 하젤로프 현 주지사(오른쪽)가 7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독일 기독민주당(기민당·CDU)-기독사회당(기사당·CSU) 연합(기민련)이 지난 6일(현지시각) 작센안할트 지방선거에서 37.1%를 득표하며 9월 총선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전망을 씻어냈다. 올 들어 전국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며 집권 가능성이 점쳐졌던 녹색당은 5.9%을 득표해,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20.8%), 좌파당(11%), 사회민주당(SPD·8.4%)에 이어 5위에 그쳤다. 다만 옛동독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녹색당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녹색당이 얻은 득표율이 그대로 총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센안할트 지방선거는 ‘메르켈의 후계자’를 가릴 9월 총선 전 열리는 마지막 지방선거였다. 이 때문에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로 주목을 끌었다. 기민련은 특히 반난민·반백신 세력과 결탁한 극우 정당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5년 전 작센안할트 선거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24.5%로 2위를 차지해, 거국연정을 꾸렸다. 보수 성향 기민련, 인권과 복지에 중점을 두는 사민당, 환경에 중점을 두는 녹색당이 한 정부를 꾸린 것이다. 이번에는 기민련과 사민당이 연정을 해도 지방의회 83석 중 49석으로 과반을 넘길 수 있게 됐다.

기민련의 이번 선전에는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영향이 크다. 기민련은 지난 4월 당내 총리 후보 결정 과정에서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 대표와 마르쿠스 죄더 기사당 대표의 분열과 소속 의원들의 부패,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감염재생산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엄격한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다시 높아졌다. 아울러 기민련 후보인 라이너 하젤호프(67) 작센안할트 현 주총리가 ‘독일을 위한 대안’과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극우 정당이 제 1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기민련에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상 녹색당 지지자들은 대도시에 살고 비교적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전체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낮고 극우 정당 지지율이 높은 작센안할트 지역에서 녹색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예견된 결과다. 다만 이번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녹색당 지지율은 9%였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그보다 낮은 5.9%에 불과했다.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연소 여성 총리 후보로 기대를 모은 아날레나 베르보크(49) 공동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영향을 미쳤다. 독일 국회의원은 부수입 소득 신고 규정이 있는데, 베어보크가 뒤늦게 신고했다는 점, 홈페이지에 기재된 경력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 등이 선거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사민당과 기민련 등 다른 정당들이 녹색당의 ‘특장’이었던 환경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녹색당의 차별성을 반감시켰다. 지난 4월29일 헌법재판소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미래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온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독일 연방정부도 지난달 12일 2045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하고, 2030년과 2040년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각각 65%, 88% 줄이기로 했다. 헌재 판결뿐 아니라 녹색당의 약진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됐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녹색당이 처한 상황과 관련해 유권자의 모순을 꼬집기도 했다.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한 요구는 각 정당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녹색당은 약속을 지킬 것 같다. 세계를 구제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막상 휴가 때 비행기를 타고, 출근할 때 자가용을 몰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가능하면 저렴해야 한다.”

지난 몇 주간 녹색당과 기민련이 지지율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녹색당이 기민련을 누르기도 했지만 7일 여론조사기관 INSA에 따르면 녹색당 지지율 20.5%, 기민련 지지율이 26.5%로 6%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이번 주말(11~13일) 녹색당의 디지털 전당대회가 열린다. 녹색당이 더 뚜렷한 총선 공약을 내놓으며, 총선 전 마지막 전당대회에서 쇄신과 심기일전에 성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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