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 패스틀리의 시스템이 8일(현지시각) 문제를 일으키면서 주요 언론, 정부기관 등 전세계 수천개 누리집이 동시에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패스틀리의 누리집이 컴퓨터 화면에 표시되어 있다. AP 연합뉴스
여러 나라의 주요 언론, 전자상거래 서비스, 정부기관 등 수천개의 누리집(인터넷 사이트)이 8일 한때 동시에 접속 불능 상태에 빠진 이후, 인터넷의 취약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취약성은 몇몇 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이 전세계 인터넷 대부분을 관리하는 집중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분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패스틀리의 시스템이 이날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엔엔>(CNN)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언론, 백악관과 영국 정부, 아마존 등 수많은 사이트들의 접속이 한 때 불가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패스틀리는 개별 인터넷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사진·영상 등 각종 데이터를 대신 보관함으로써 인터넷 운영 효율을 높여주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시디엔·CDN) 제공 업체다. 이 회사는 전세계 수십곳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이용자가 접속하면 가장 가까운 서버에 보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미국의 특정 언론사에 접속한 이용자 가운데 미 국내 이용자에게는 미국 내 서버에서, 한국 사용자에게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서버에서 정보를 보내주는 식이다.
이런 서비스는 개별 인터넷 사이트들이 모든 데이터의 관리를 책임지는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는 외국 사이트도 빠르게 접속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특정 구간의 통신망에 병목이 생기는 사태를 막는 분산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 시디엔 서비스를 일부 업체가 독점하면서 위험도 커졌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적했다. 현재 전세계 시디엔 서비스는 패스틀리, 클라우드플레어, 아마존의 클라우드프런트 등 3개 서비스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중 어느 한곳의 서비스가 말썽을 일으키면 8일과 같은 대규모 접속 불능 사태가 반복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아마존의 서비스가 미국 서부 지역에서 몇시간 동안 문제를 일으켜 많은 사이트들의 접속이 중단된 바 있고, 클라우드플레어도 몇달 전 고장을 일으켰다고 신문은 전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경우,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와 시카고에 있는 데이터센터 사이의 연결망이 문제를 일으키자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보안업체 ‘에프(F)5 랩스’의 선임 분석가 데이비드 워버턴은 “이런 집중화 현상은 인터넷의 전체 역사로 볼 때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라며 집중화가 계속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은 애초 분산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며 “중앙 집중식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음으로써 특정 부분이 문제를 일으켜도 네트워크를 우회해 접속을 유지하는 게 기본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사이에 시디엔을 비롯한 각종 인터넷 네트워크 기반을 대형 업체가 장악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위험도 커졌다고 워버턴은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