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의회에서 새 연정의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오른쪽)가 12년 만에 물러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왼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이스라엘 연립정부의 새 총리 야미나당의 나프탈리 베네트가 “이란의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새 연정은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의 12년 집권을 끝내고 집권했지만, ‘네타냐후표’ 대외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조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 등 보도를 보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한 새 연정의 총리가 된 베네트는 이란에 대한 강경 기조를 계속 유지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비공식 핵 보유국으로, 네타냐후 전 총리가 집권하는 동안 이란을 최대 적으로 규정하고 이란의 핵 보유를 막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베네트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정권 중 하나를 합법화하는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최대 위협요인인 이란의 핵 프로젝트가 임계점에 도달했으며, 중동은 이란 핵 합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란 혁명수비대는 가자지구와 레바논, 시리아, 예멘에 전초기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강경책을 주장해왔던 베네트는 이날 연설에서는 수위를 낮췄다. 베네트는 “이스라엘은 우리가 소유한 영토에 대한 권리를 기억하고 세계에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며 “남쪽(가자지구)의 휴전이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폭력의 길을 다시 택한다면 (하마스는) 강철 벽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수위 조절은 연정에 참여한 아랍계 정당 라암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베네트가 팔레스타인 병합 등을 앞세울 경우 아랍계 정당 라암의 반발을 사, 연정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 최근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베네트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 민주당과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네타냐후 전 총리와 달리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 모두와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새 연정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베네트는 “새 연정은 이스라엘의 아랍계 시민들과 국가 사이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 전 총리가 한 역할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등과 수교를 맺었다.
연정에 참여한 8개 정당 중 가장 우파인 야미나당 대표인 베네트는 연정의 중심인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와 총리를 나눠 맡는다. 베네트가 2023년 8월까지 먼저 총리를 맡고, 이후 2년은 라피드 대표가 맡는다. 라피드는 연정 구성 권한을 얻고도 총리직을 양보한 첫 사례다. 그는 우선 외무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한다. 새 연정에는 9명의 여성이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한다. 교통부, 내무부, 교육부, 경제부, 에너지부 등으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다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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