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의 한 공원에 젊은이들이 모여 여름 저녁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최근 독일의 출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유럽의 경제·인구대국 독일의 신생아 출산이 지난 3월에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독일 통계청은 지난 2월 출산이 한해 전 같은 달보다 6% 증가한 데 이어 3월에는 한해 전보다 10% 늘어난 6만5903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에서 한달동안 새로 태어난 아이가 6만5천명을 넘은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 통계청은 덧붙였다.
전세계가 지난해 코로나19의 충격에 빠져들면서 각국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중국의 출산은 지난해 18% 줄면서 196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미국도 1979년 이후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유럽에서도 출산 저하 현상이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독일의 경우 출산 저하가 덜 두드러졌다. 독일의 신생아 수는 지난해 전체로 0.6%밖에 줄지 않았고 올해 들어 1월 이후 출생 양상이 안정 국면에 들어갔다.
독일의 3월 출산 급증은 1차 코로나19 위기가 지난해 5월부터 진정되고 봉쇄 조처도 완화된 지 9개월여 만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차 봉쇄 조처가 출산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통신은 풀이했다.
인구 문제 전문가들은 독일의 출생 증가가 기본적으로 가정 친화적인 정책과 이주민이 많은 덕분이지만,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처로 실직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부의 빠른 대응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유럽에서 저출산 국가에 속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기 어려운 여건 등이 출산 저하를 부른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이런 분위기는 2005년 앙겔라 마르켈 총리가 육아 보조금과 아동 돌봄 시설 투자를 늘리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정책 변화 이후 시리아 등에서 젊은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인구 증가를 더욱 재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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