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17일(현지시각) 2002년 대통령에게 부여한 이라크 내 ‘무력 사용권’을 폐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권한 폐지를 위해 20년 가까이 싸운 바버라 리 민주당 의원이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17일(현지시각) 2002년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한 이라크 내 ‘무력 사용권’을 폐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권한은 9.11 테러 다음해인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에 부여됐으며, 부시 대통령은 이 권한을 바탕으로 이라크 전쟁을 벌였다. 미국 헌법상 전쟁 승인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무력 사용권 때문에 이라크 전쟁 결정권을 대통령이 쥘 수 있었다. 게다가 이 권한은 애초 의도와 달리 ‘이슬람 국가’(IS) 대응 작전 등 다양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데 최근까지 이용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력 사용권을 폐지함으로써 의회가 다시 전쟁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쟁과 관련된 권한 문제에 있어서 의회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하원의 표결에는 공화당 의원 45명을 포함해 26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는 161표였다. 민주당에서는 일레인 루리아(버지니아주 출신)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이 권한 폐지를 위해 20년 가까이 싸워온 바버라 리 민주당 의원은 “의회가 상상하거나 의도한 범위를 넘는 방식으로 끝없는 전쟁이 지금까지 지속돼 수천명이 생명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하원의 결정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상원의 승인과 대통령의 최종 서명이 필요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폐지 조치를 지지하면서 올해 안에 상원 표결을 위해 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폐지 결정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찬성표 60표가 필요해서 통과 전망이 밝지 않다.
게다가 이 무력 사용권이 폐지되더라도, 9.11테러 직후 대통령에게 부여한 더 폭넓은 무력 사용권이 남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권한은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응해 의회가 1991년 승인한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권도 아직 유효하다고 <에이피>가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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