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순 외무상 참석땐 6자 외무회담 추진
북은 미국과 양자협의 요구 가능성
북은 미국과 양자협의 요구 가능성
27~28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을 계기로 북한-미국 간의 양자대화나 다자 대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까?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포럼에) 온다면, 6자 회담 외교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것이므로, 콸라룸푸르에서 만나보자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그러나 (북한의 태도를) 알 수 없으므로 (북한을 뺀)5자 회동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6자 외무장관 회담’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우선 백 외무상이 아세안지역포럼에 참석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11일 백 외무상의 회의 참석 사실을 공식 발표했고, 반 장관도 12일 정례브리핑 때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반 장관은 19일 정례브리핑 땐 “유엔 안보리 결의 등 제반사정 탓에 아직 확정적으로 잡힌 일정이 없다”며 “백 외무상의 참석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백 외무상은 2001년과 2003년 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0일 “북한이 말레이시아·타이 등과 양자 외무장관회담 일정을 잡는 등 아직은 백 외무상의 불참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백 외무상이 아세안지역포럼에 참석하더라도, 한·미 등이 추진하고 있는 ‘6자 외무장관회담’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비공식 6자회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백 외무상은 오히려 라이스 장관과 양자협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방식엔 미국의 태도가 부정적이다. 라이스 장관은 ‘6자 외무장관회담은 좋지만, 북-미 외무장관회담엔 응할 수 없다’는 대응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중국이 5자 외무장관회담에 응할지도 변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세안지역포럼에서 정세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백 외무상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면, 남북 외무장관의 (비공식)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