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무역촉진권’ 연장 못해 협상 시한 쫓길 듯
도하라운드 협상 중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직접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도하라운드가 미 의회의 무역촉진권(TPA·신속협상권한) 시한연장 문제와 밀접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무역촉진권이란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의회가 정부에 부여한 포괄적 협상권한이다. 무역촉진권이 주어지면 의회는 정부 협상안의 수정 작업 없이 찬반 표결만 하게 된다. 지금의 무역촉진권은 내년 7월1일 종료된다.
한-미 두 나라는 이 시한을 의식해, 협상을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끝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동안 미 행정부와 의회 일부에선 무역촉진권 시한의 연장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우리 정부도 협상이 졸속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무역촉진권 연장을 내심 바랐다.
로버트 포트먼 백악관 예산국장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시절이던 지난 5월 “현실적으로 무역촉진권 없이는 다른 나라와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한다”며 의회에 무역촉진권 시한 연장을 강하게 촉구했다. 미 의회에서도 도하라운드의 타결 가능성을 엿보면서 무역촉진권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 미 하원의 통상·에너지위원회 조 바튼 위원장은 우리 정부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도하라운드가 진전되면 의회에서 무역촉진권 시한연장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미 의회가 무역촉진권한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조 바튼 위원장의 말은 도하라운드 타결이 그나마 무역촉진권 논의를 불러일으킬 기본 조건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24일 도하라운드 결렬 발표로 무역촉진권 시한 연장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시한에 쫓길 수밖에 없게 됐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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