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레바논 동부 베카계곡 지역 브리텔 마을에서 주민들이 전날 밤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며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등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는 논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세을 강화하고 있다. 브리텔(레바논 동부)/AFP 연합
“유엔 결의안 이스라엘 편향” 아랍권 전체 반발
미국과 프랑스가 마련한 레바논 사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이스라엘에 편향돼 있다”며 아랍권 전체가 반기를 들었다.
20개 아랍국 외무장관들은 7일 베이루트에 모여 레바논에 진격한 이스라엘군 철군 일정이 빠진 안보리 결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안보리는 8일 오후 아랍 쪽 수정안 요구를 논의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안보리가 결의안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등은 애초 8일까지 결의안 표결을 강행하려 했으나, 아랍 쪽이 수정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러도 9일까지는 표결을 미룰 것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그들(아랍국)의 의견을 고려하겠지만,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이 원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표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번주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의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나, 전쟁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유리한” 결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이스라엘군은 “방어용 작전”이라는 명분으로 공세를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레바논 정부는 7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 철수한다면 레바논군 1만5천명을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남부지역에 파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 정부군이 남부 지역을 통제해야 한다는 이스라엘과 서구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 파병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레바논군뿐 아니라 전투력을 가진 다국적군이 배치돼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감독할 때까지는 공격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이스라엘의 방침이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칠레·프랑스 등 15개국이 다국적군에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지만 결의안과 다국적군 구성방안 확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스라엘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7일 레바논 민간인 57명이 숨졌으며, 지금까지 레바논인 사망자가 1천명을 넘었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리타니강 남쪽에서 이동하는 모든 차량을 폭격하겠다는 전단지를 8일 뿌렸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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