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반기문 유력”…후보 1명 물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본 투표 ‘표심’이 변수
안보리 상임이사국 본 투표 ‘표심’이 변수
2일(한국시각 3일 새벽) 4차 예비투표는 유엔 사무총장을 향한 등반의 마지막 고비가 될지도 모른다. 고지 정복에 나선 반기문 후보에게는 투표를 앞두고 좋은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가능성 보도=지난달 29일치(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28일의 3차 예비투표에서 2위와의 차이를 크게 벌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수장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4차 투표에서 거부권 행사 없는 결정적 지지를 받을 경우 그의 유엔 사무총장 가능성은 ‘확실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그를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미국의 동맹으로 평했다. <아에프페>(AFP) 통신도 반 장관이 4차 투표에서 상임이사국 전원의 지지를 받아 승리할 경우 새로 경쟁에 뛰어들지 모르는 새로운 후보들을 제외한 기존 후보들의 기회는 무산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8일 한국의 ‘신중하고 조용한 선거전략’이 단연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잡지는 미국과 중국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것이라는 유엔의 전통적 견해를 거론했다. <르몽드>도 반 장관을 온건, 신중, 절제의 ‘소프트’ 리더이자 과단성, 중재 능력, 경험을 겸비한 후보로 극찬하면서 “낙관할 만하다”고 평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의 지지를 묻는 질문에 “말을 안 해도 느낌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다.
반 장관에 유리한 역학구도=게다가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반 장관은 1일부터 한달간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될 일본의 지지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반기문 장관을 지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사히 보도대로라면 일본도 반 장관 지지를 명확히 할 가능성이 높다. 아소 다로 외상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좋다”며 반 장관 지지를 비쳤다. 일본은 지금까지 “차기 총장이 아시아에서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반 장관에 대한 지지 표명은 보류해 왔다.
반 장관에게 나쁘지 않은 소식은 하나 더 있다. 유엔 안보리 9월 의장국인 그리스의 아마단티오스 바실라키스 대사는 지난달 29일(뉴욕 현지시각) “유엔 주재 스리랑카 대표부로부터 다나팔라의 입후보 철회 의사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3차례의 예비투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유엔 사무총장과 한국의 위상=성급한 판단일 수 있지만, 1991년 유엔 동시가입 이후 불과 16년 만에 유엔의 최고위직에 한국인이 선출된다는 것은 우리 외교의 쾌거라 할 만하다.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이 그랬듯이, 2006년 10월 이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스타플레이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그 변화를 가늠하기란 쉽지가 않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일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유엔 사무총장 배출이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국가적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남북 분단이라는 걸림돌을 넘어, 한국이 전쟁과 폐허로부터 지난 50여년간 유엔이 추구해온 △민주주의와 인권 △경제성장과 발전 △평화와 안정이라는 3대 목표를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나라라는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3일 새벽 뚜껑이 열릴 유엔 안보리의 4차 투표는 차기 총장 선출절차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의 투표용지 색깔을 달리한다. 색깔을 달리한다는 것은 인기투표 성격으로 치러진 이제까지와는 달리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들의 의사를 알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반 장관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반대 없이 9표 이상을 획득해도, 본투표까지 선출절차엔 약간의 변수가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강태호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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